'중대재해법 첫 실형 선고' 한국제강 대표 징역 1년 법정구속... 노사 반응 엇갈려

입력
2023.04.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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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직원 사망사고에 원청 책임 인정
"수차례 처벌에도 또 안전조치의무 위반"
노동계 "판결 의미 있지만 형량 아쉬워"
경영계 "가혹해… 기업 불확실성 커져"

하청업체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기업체 대표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첫 실형 선고이자, 원청 대표이사가 구속된 첫 판결이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부장 강지웅)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협력업체 대표 B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경남 함안의 한국제강 야외작업장에서 협력업체 직원 60대 C씨가 1.2톤 무게의 방열판에 깔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크레인으로 철강판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중간 연결고리를 이용하지 않고 노후된 섬유벨트를 날카로운 철강판 고리에 체결하는 바람에 벨트가 끊어진 게 직접적 사고 원인이었다.

재판부는 A씨가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추락과 낙하·전도·협착 등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는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봤다. 또 경영책임자로서 협력업체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아 협력업체 대표 B씨가 산재 예방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게 됐다고 판단했다.

A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한 2007년 이후 한국제강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수차례 처벌받은 이력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한국제강은 2010년 검찰청과 고용노동부 합동점검에서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이듬해 벌금형을 받는 등 2021년 5월까지 4차례 동종 전과가 있었다. 특히 2021년 5월에는 40대 노동자가 화물차에 부딪혀 사망했으나, 이를 계기로 실시된 사업장 감독에서도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적발 내역 및 처벌 전력을 종합하면, 한국제강 사업장에는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산재 예방을 위해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법 취지에 맞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날 재판 결과에 의미를 두면서도 형량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엄격하게 물었다는 점은 의미 있다”면서도 “다만 반복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임에도 검찰은 2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중대재해법 최저형량인 1년을 선고하는 등 낮은 구형과 양형의 선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도 "이번 선고가 중대재해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영계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단지 경영책임자라는 신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표이사에게 더 엄격한 형벌의 잣대를 적용하는 건 매우 가혹한 처사”라며 "과도한 처벌로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증대되지 않도록 정부가 하루빨리 중대재해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창원= 박은경 기자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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