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유기외래야생동물 보호소’(야생동물보호소)가 문을 열었다. 버려진 야생동물 중 한국 생태계에 적응하기 어려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외래종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진 보호소다.
개소식 행사가 열리던 날, 공교롭게도 야생동물보호소에는 새로운 동물이 들어왔다. 유기된 미어캣이었다. 몽구스과 동물인 미어캣은 남아프리카에 서식하며 굴을 파고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인근 저수지 근처에서 미어캣을 발견한 시민이 군청에 신고해 야생동물보호소로 이송됐다. 발견된 곳 가까이에는 민가가 없으므로 누군가가 데려와서 의도적으로 유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구조센터에 따르면 미어캣은 생후 1년도 되지 않은 어린 수컷이고, 다행히 건강에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직원들은 미어캣에게 ‘꾸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야생동물보호소가 문을 연 날에는 ‘꾸꾸’외에도 지난해 센터에 입소한 라쿤 4마리도 입주했다. 이 중 한 마리는 서울 마포구에서 배회하다가 구조됐고, 세 마리는 충북 지역의 야생동물카페에서 기르다가 유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들이 기르지 않는 신기하고 이색적인 동물을 기르려는 수요가 증가했다. 동물원처럼 거리를 두고 보는 대신에 카페에서 만지고 먹이를 주며 ‘체험’하려는 사람들도 늘었다. 그 결과 ‘이색 애완동물’, ‘희귀동물’이라는 이름으로 야생동물이 가정에서 사육되기 시작했고, 카페 등 각종 체험시설이 생겨났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등 일부 법정관리종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야생동물을 번식시켜 판매하고 부적절한 환경에서 기를 수 있는 법적 공백 상태도 상황을 나쁘게 만드는데 한몫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카페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흔하게는 미어캣, 라쿤, 알파카부터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늑대거북, 심지어 점박이하이에나까지 ‘개인 분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거래되고 있다.
야생동물을 가정에서 기를 경우, 종에 따른 습성을 충족시키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어려운 까닭에 동물의 복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사육 상태에서 태어나고 길러졌다고 해도 야생 종(種) 동물은 내재적으로 야생성을 갖고 있어 사고의 위험이 있다. 버려진 동물들이 국내 생태계로 유입되면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멸종위기종을 위협하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
인수공통질병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엠폭스(MPOX·원숭이두창)도 2003년 미국에서 아프리카에서 수입된 설치류와 함께 사육되던 프레리독이 애완용으로 판매되면서 접촉한 사람들에게 확산된 사례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개정됐다. 조항에 따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시행될 개정 야생생물법은 카페, 음식점 등 동물원으로 허가받지 않은 시설에서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고, 유통이 가능한 동물 종을 정하도록 했다. 일정 규모 이상 야생동물을 수입, 생산, 판매하려면 요건을 갖춰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도를 강화하면서 유기 또는 방치될 가능성이 있는 동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국가가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마련됐다. 조항에 따라 정부는 2024년까지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에, 2025년까지 옛 장항제련소 부지에 보호시설 총 2개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그전까지 발생하는 유기 외래동물 중 여우, 라쿤, 미어캣, 프레리독 등 4종은 야생동물구조센터 10개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임시로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만일 유기된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지방자치단체 유기동물보호소에 해당 동물들이 들어온다면, 원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개나 고양이처럼 새 입양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협약을 맺은 구조센터로 이송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일선에서는 바뀐 제도에 대한 홍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대전의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된 프레리독의 공고를 보고 해당 시설에 연락했지만, 이미 제3자에게 입양된 상태였다. 지난 4월 필자가 성남시의 위탁 유기동물보호소에 들어온 라쿤의 입양처를 찾는 글을 발견하고 보호소에 연락하자, 관계자는 관할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인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다행히 해당 보호소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입양을 문의하는 사람들에게는 입양 보내지 않고 있었고, 라쿤은 안전하게 구조센터로 인계됐다.
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의 김봉균 재활관리사는 사회적 동물인 미어캣이 혼자 생활해야 하는 환경을 걱정하며, 다른 센터에 미어캣이 들어온다면 합사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협약의 범위는 정식 보호시설이 건립되기 전까지 임시로 동물을 보호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보호 수준과 동물복지를 높이려면 센터 간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갖추고 그에 맞는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김 재활관리사는 “생태원에 정식 시설이 문을 연다고 해도 전국에서 발생하는 유기 외래동물을 모두 구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보호는 정식 센터에서 하더라도 일차적인 구조 업무는 각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도와야 할 것이기 때문에 역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외래 야생동물에 정부가 관심을 갖고 보호하기 위한 체계를 만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를 개선하고 보호소를 추가로 짓는다고 해도 야생동물을 사고, 팔고, 기르다가 버리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것이다. 아직도 방송과 인터넷에는 각종 동물에 대해 ‘나도 한 번 길러볼까’하는 호기심을 갖게 하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야생동물은 야생에, 자연스럽게 서식지에’ 살게 하는 것이 동물과 사람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시민인식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