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에 돼지머리에 이어 미니피그(Minipig)까지 등장해 주민과 무슬림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대구시와 북구의 행정력이 실종되고 있다. 북구가 이슬람사원 인근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도 주민 반대로 무산되면서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26일 대구시와 북구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대구 북구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인근 주택에 생후 1, 2개월 된 미니피그가 나타났다. 무슬림이 혐오하는 돼지머리에 이어 애완용 미니피그까지 등장한 것이다.
인근 주민은 마리 당 30만 원씩 총 2마리를 구입해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인근을 산책하는 등 반대의지를 표명할 계획이었으나 너무 어리고 작아서 26일 돌려보냈다. 서재원 이슬람사원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반려동물인 미니피그를 키우는 부담이 커서 앞으로 돼지는 사육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슬람사원 허가권자인 북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이 건축주의 손을 들어주면서 무슬림 학생들은 사원 공사 완공만 기다리고 있으나 주민들은 "주택가 골목 안쪽에 들어서는 사원이 생활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10월 돼지머리에 이어 수육파티, 미니피그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재안이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성명도 달갑지 않다. 김정애 이슬람사원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월18일 사원 인근 주택을 북구가 매입토록 한다는 관계기관의 아이디어는 주민에 대한 역차별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를 문화적으로 풀어야 하겠지만 공사 재개부터 지금까지 지자체의 대책은 하나같이 주민도 무슬림도 승복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무슬림도 행정기관의 중재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 무아즈 라작 경북대 무슬림커뮤니티 미디어 대표는 "대구시와 북구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주민들은 나가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어 합의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일대를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해 주택을 모두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점도 드러났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월세 등 임대료 수입이 유일한 70~80대 주민들의 수입이 끊기고 보상금도 큰 금액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북구는 조만간 경북대에 이슬람사원 갈등과 관련한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무슬림 유학생들이 경북대에 학적을 두고 있는 만큼 대학 차원의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북구 관계자는 "재개발도 중장기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해결책이 우선"이라며 "주민과 건축주 간 입장차가 워낙 분명해 절충안이 쉽지 않지만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도 뚜렷한 대안 없이 지켜보고만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종교문제는 워낙 민감해 조심스러운데다 뾰족한 대안도 없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주민과 유학생들을 설득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