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IS 호라산(IS-K)' 지도자가 탈레반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약 2년 전 미국의 아프간 철수 작전이 진행될 때, 아프간 수도 카불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 공격을 벌여 18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주범이다. 당시 이 사건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던 조 바이든 미 행정부로선 간접적으로나마 응징에 성공한 모양새가 됐다. 미군 철수 후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지만, IS와는 적대적 관계에 있다.
미국 백악관은 이달 초 탈레반에 의해 IS-K 지도자가 탈레반에 의해 제거됐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카불공항 테러에 가담한 IS-K의 핵심 인물이 탈레반 작전에 의해 사살됐다"며 "이들로선 고위 지도자를 잃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숨진 IS-K 지도자의 이름이나 탈레반의 작전 내용 등에 대해선 "미국 정보 수집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군은 이번 작전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은 탈레반 작전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살해된 지도자는 서방 국가에 대한 공격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보도했다.
IS에서 파생된 IS-K는 2021년 8월 미군의 아프간 철수 시한을 닷새 앞두고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에서 자폭 테러를 벌였다. 이로 인해 미군 13명과 아프간 민간인 약 170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며 보복 의지를 밝혔고, 테러 발생 3일 만에 IS-K 대원들이 탄 차량 등에 드론 공습을 감행했다. 하지만 당시 인근 어린이 7명을 포함한 민간인 1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져 또다시 비판에 휩싸였다.
같은 이슬람 무장조직이지만 IS-K와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적대적 경쟁자 관계다. IS-K는 미국과 대화를 시도하는 탈레반을 '배교자'로 찍어 공격 수위를 높이는 반면, 탈레반은 IS-K를 '가짜 종파'로 규정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 왔다. IS-K 지도자 사살을 두고 AP통신은 "최대 4,000명의 조직원이 몸 담은 IS-K는 탈레반의 가장 위협적인 적이자 군사적 위협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2021년 아프간 철군 과정을 둘러싸고 여야 간 논쟁이 지금도 한창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해 "미군의 철수가 좀 더 빨리 시작됐어야 한다"며 카불공항 테러의 책임을 묻고 있다.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테러범 사망은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바이든 행정부의 책임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문회 등 진상 조사를 이어나갈 뜻도 밝혔다. IS-K 지도자 사망이 바이든 대통령의 내년 재선 도전 소식과 동시에 나온 것을 두고 미 행정부 관계자는 "우연의 일치"라며 연관성을 일축했다고 CBS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