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생각은 못 받아들인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시민사회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5일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이 공동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을 규탄한 데 이어, 26일 ‘수요시위’에서도 “역대급 망언”이라는 공분이 터져나왔다.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59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전쟁 범죄의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어온 역사가 ‘일본을 무릎 꿇리려는’ 행동이냐”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살아 돌아온 줄 알았다”면서 “처참한 역사 인식에 기초한 걸림돌 논리가 무한 진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윤 대통령을 두둔하기 위해 “오역” 주장을 하다 WP 기자의 반박으로 체면을 구긴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역사 호도와 역공, 책임 전가가 일상인 정치권의 절망적 수준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일본에 면죄부만 줄 뿐, 피해자와 지원단체를 외면하는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고은결 진보대학생넷 성공회대 지회원은 “지금이 일제강점기인가. 왜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나서서 일본을 감싸주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담비 평화나비네트워크 연대사업국장도 “윤 대통령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지난 역사뿐 아니라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을 위해 노력해 온 시민들과 활동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