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방미 잔치 뒤 계산서 잊지 말라

입력
2023.04.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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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빈 방문 윤 대통령 환대한 미국
융숭한 대접 뒤 날아올 계산서 우려


24일(현지시간)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맞아 워싱턴은 한국을 위한 잔치 분위기다. 백악관 인근을 비롯해 워싱턴 시내 곳곳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중심가 호텔은 한국 투숙객으로 붐비고 행사장도 꽉 찼다. 한국 국무회의와 전경련 회의장을 옮겨놓은 듯 장관급과 주요 기업 총수가 워싱턴에 총집결했다.

미국의 환대도 극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한미정상회담 사전 브리핑에 이어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격인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25일 한국 대통령실 기자들이 모여 있는 프레스센터를 직접 찾아 이례적인 브리핑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26일 국빈만찬 음식과 장식 등 준비 상황을 직접 설명했고, 정상회담 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다시 한번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챙기는 미국의 지극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 미국의 이런 환대가 공짜로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24년 대선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일자리 살리기를 위해 한국 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 대만해협 갈등의 파고가 높아질수록 한국을 대중국 최전선 우군으로 두고자 하는 마음도 클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한국의 포탄 등 무기 지원도 꼭 필요하다.

잔치를 치른 뒤 한국으로 날아올 계산서가 벌써부터 걱정이라는 목소리를 한국 정부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미 윤 대통령 방미 전 한국 자동차업계를 배제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발표했고, 반도체 기업의 중국 투자도 옥죄고 있다. 미국 국방부 기밀문건 유출로 확인된 동맹국 도ㆍ감청 논란도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의 확장 억제 약속이 한반도 평화 자체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윤 대통령이 미국의 융숭한 대접에 취해 국익 실현이라는 방미의 목적을 잊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한미 경제안보동맹 강화의 이면에 숨어 있는 미국의 의도를 간파하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