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한국이 미국에 청구서 낼 차례”

입력
2023.04.26 12:00
"한일 관계 개선했으니, 미국에 요구할 건 해야" 
"반도체법·IRA 시행에 한국 입장 어필해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방문을 통한 한미 정상회담을 놓고 “한국이 미국에 청구서를 내밀어야 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한일관계 개선을 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에서 양보만 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반도체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과 관련해 얻을 것은 얻어와야 된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미 정상회담을 놓고 “최대한 한국의 이익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일본에 통 큰 양보를 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으니, 이번에는 한국이 미국에 요구를 내놓을 차례란 뜻이다. 그는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너무 퍼주기 해준 것에 국민들 마음에 울분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는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의) 언급이 있었다”며 “그러면 여기에 대해 우리가 미국에 청구서를 요구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반도체와 전기차 수출 이슈와 관련한 한국의 입장을 미국에 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봤다. 박 전 장관은 “실질적으로 우리가 지금 제일 다급하게 생각하고 있는 반도체라든가 전기자동차라든가 제2 배터리 문제라든가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우리나라 관료들이 미국한테 강하게 어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외신들은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판매 금지에 따라 중국에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기업이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에 따라 한국 자동차 수출에 타격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 박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에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우려했다. 대러시아·중국 관계도 고려해 ‘균형 외교’를 펼쳐야 하고, 이를 위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 교수는 ‘한국은 우크라전에 발을 담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한국이 외교를 하는데 양면 작전을 써야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 외신 인터뷰 대응을 놓고 여권을 질타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발언 보도를 둘러싼 오역 논란에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의 원본을 당연히 대통령 대변인실이 보유하고 있어야 된다”며 “그것을 (여당) 수석대변인 정도 되면 다 읽고 인지하고 있어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또 대통령이 발언에 주어 논란이 있었는데, 이 주어가 그 당시에 불분명한 상황이었다면 그 인터뷰 현장에서 누군가가 ‘이것은 이런 의미로 말씀하신 겁니까?’라며 정정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일본이 (용서를 구하기 위해) 무릎 꿇어야(kneel)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이 주어('일본이')를 생략한 데 따른 ‘번역 오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인터뷰를 한 WP 기자가 녹취록을 공개하며 이를 반박했다.

박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취임) 1년이 다 돼 가고 있는데 아직도 대통령실이 상당히 미숙하다”며 “특히 대변인실이 상당히 문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한 번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미국 현지에서도 한국 정부가 행사 관련 에이전시(대행사)하고 계약을 했는데, ‘한국 정부가 고용한 이 행사 관련 에이전시들이 프로페셔널하지 않다’는 지적들이 상당히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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