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대한 시장 불안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이 은행에서 올해 1분기에 빠져나간 예금이 약 1,000억 달러(약 13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주가가 거의 50%나 폭락하는 등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식은 전날보다 49.37% 폭락한 8.10달러(1만870원)에 거래를 마쳤다. 24일 발표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예금 인출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자 주가가 20%가량 하락했는데, 하루 만에 더 큰 폭으로 급락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1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예금 보유액이 작년 말보다 40.8%(약 720억 달러) 줄어든 1,045억달러(약 140조 원)라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1,450억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현 예금 보유액에는 JP모건 등 미국 11개 은행이 연쇄적인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해 긴급 지원한 300억 달러도 포함돼 있다. 올해 1분기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예금 인출 규모는 실질적으로 1,000억 달러가 넘는 셈이다. 이에 시장의 불안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또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 줄어들었고, 매출도 13%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만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SVB 파산 직전인 지난달 초에서 90% 이상 주저앉았다. WSJ는 이 은행의 상황을 ‘산송장’(Living Dead)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측은 예금 손실 규모가 밝혀지자 “2분기에 은행 임직원을 최대 25% 줄이고 임원 급여도 삭감하겠다”며 “다른 전략적 옵션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티머시 코피 애널리스트는 “이 은행은 살아남기 위해 성장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는 사업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DNA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