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만취 운전을 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숨지게 하고 도주하면 최대 징역 26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스쿨존 음주운전으로 인한 어린이 사망사고를 줄이려면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지난 24일 123차 전체회의를 열고 교통범죄 양형기준을 심의·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가중 또는 감경 사유로 고려할 만한 요소를 뜻한다. 판사가 양형기준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지만, 양형기준을 벗어난 형량을 정하면 판결문에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어린이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 가해 운전자에 대한 처벌 기준이 새로 마련됐다는 점이다. 양형위원회는 교통사고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징역 2~5년, 상해를 입혔다면 징역 10개월~2년 6개월의 징역형을 기준으로 가중·감경 요소를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형량 가중 요소로는 중상해 발생 또는 10년 이내 동종 전과 여부 등을 제시했고, 가해자가 심신미약이거나 청각·언어 장애인이라면 형을 감경하라고 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양형기준도 신설됐다. 기존에는 음주운전을 일반 교통사고의 형량 가중요소로 취급했지만, 이번엔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른 양형기준을 따로 설정했다. 양형위원회는 혈중알코올농도 구간을 0.03%·0.08%·0.2%로 나눈 뒤, 0.2% 이상이면 최대 징역 4년까지 선고하라고 권고했다. 교통사고 후 도주(뺑소니) 사건의 양형기준도 새로 설정됐다. 사람을 치고 도주한 가해자에 대한 권고 형량이 징역 1~5년에서 2~6년으로 높아진 것이다. 뺑소니 가해자에 대한 권고 형량도 징역 4~8년에서 5~10년으로 상향됐다.
양형기준이 바뀌면서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중형 선고가 가능하게 됐다. △스쿨존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인 상태로 운전하다가 어린이를 숨지게 하면 징역 15년 △사망한 어린이를 두고 도망치면 징역 23년 △사체를 유기하고 도주했다면 징역 26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강화된 양형기준은 반복되는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와 무관치 않다. 이달 8일 대전 둔산동 스쿨존에서 만취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배승아(9)양을 숨지게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스쿨존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초등학생을 치어 사망케 한 일도 있었다. 사고 이후 스쿨존에서 발생하는 음주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양형위원회는 새로운 양형기준을 올해 7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배승아양을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