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분쟁 최전선에 있는 ‘스플래틀리’ 군도는 이름이 여러 개다. 중국은 ‘난사’라고, 베트남은 ‘쯔엉사’라고, 필리핀은 ‘칼라얀 군도'라고 부른다. 각국이 '우리식 이름'을 지키려는 것은 이 지역 바다의 남다른 가치 때문이다.
25일 미국 에너지정보국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남중국해는 매년 3조4,000억 달러(약 3,996조7,000억 원) 상당의 물동량이 지나는 국제 물류의 전략적 요충지다. 바다 밑에도 돈다발이 가득하다. 200여 개 이상의 섬 인근에 산호초와 어족 자원이 넘쳐나고, 매장된 원유와 천연가스량 역시 각각 110억 배럴, 최소 190조 입방피트(ft³)로 추정된다.
남중국해를 '우리 영해'로 만들면 해상 물류 통제 권력은 물론 막대한 자원 이익도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각국이 군침을 흘리며 달려드는 배경이자 “단 1㎝도 빼앗길 수 없다”며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는 이유다.
2011년 이전까지 남중국해 갈등은 역내 국가들의 영토 분쟁에 가까웠다. 미국이 뛰어들면서 외교안보 문제로 비화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을 위해 남중국해 지역에 군함을 파견하는 ‘항행의 자유’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의 해상관할권 정리가 필요했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지역 영유권 분쟁에 관여할 명분을 쌓았다. 미국 입장에서 남중국해 문제 개입은 인태 지역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고 중국의 팽창 의지를 견제하는 일석이조 카드다.
한국과 먼 탓에 국내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이 나 몰라라 할 이슈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국 수출입 물동량의 30% 이상이 남중국해 항로를 거치며, 한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3분의 2가 남중국해를 통해 공급된다.
남중국해는 앞으로도 첨예한 국제 분쟁 지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지정학 전문가 로버트 캐플런은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소비가 현재의 두 배에 이를 2030년쯤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