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전분기 대비 소폭 반등했다. 경기 침체로 여겨지는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피했지만, 세부 성적표를 보면 내수와 수출 모두 '불안한 성장' 중이다.
한국은행은 25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0.3% 성장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2년 6개월 만에 역성장(-0.4%)을 기록했으나, 한 분기 만에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내수의 역할이 컸다. 특히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여행·공연 관람 등 대면활동이 늘어나 민간소비가 전분기 대비 0.5% 증가한 것이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투자가 민간소비의 GDP 기여도(0.3%포인트)를 상쇄하면서 빛이 바랬다. 특히 설비투자의 하락폭이 마이너스(-)4%로 2019년 1분기 이후 4년 만에 가장 컸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줄어든 결과다. 결국 내수의 GDP 기여도(0.3%포인트)를 떠받친 건 반도체 등 각 부문에서 쌓인 재고들이었다.
투자 감소, 재고 증가를 두고 "내수의 내실이 부실하다"는 우려도 있지만, 한은은 재고를 각 부문의 추후 성장 요인으로 해석했다.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은 "이번 분기에는 재고의 기여도가 높지만 미분양 주택이 줄면 건설투자의 성장으로, 자동차는 수출 증가로 잡힐 것"이라고 낙관했다.
수출도 -4.6%에서 3.8%로 한 분기 만에 증가 전환했다. 정보기술(IT) 분야를 제외한 자동차, 2차전지, 화학제품 수출의 둔화폭이나 감소폭이 완화한 결과다. 그러나 수출의 GDP 기여도는 -0.1%포인트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처음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IT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것도 수출 반등을 낙관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신 국장은 "코로나19, 미·중 갈등 등 여러 요인으로 반도체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면서 "불확실성은 크지만 기본적인 반도체 수요는 잠재돼 있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질 것"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 줬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은 적절하고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IT 부진이나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지연 등 부정적인 여건에도 비(非)IT와 민간소비가 성장을 이끌었다"는 것이 1분기 한국 경제에 관한 전반적인 평가다. 한은은 2분기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신 국장은 "해외여행은 민간소비,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 증가와 부동산 규제 완화는 각각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긍정 요인"이라며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기여도도 2분기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