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가 이끌었던 수출 호황이 정체기에 들어서면서 전체 수출 산업의 밑바탕이 약해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가 25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최근 수출입 동향 평가 및 대응 방향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무협에 따르면 올 1분기 수출은 1,515억 달러, 수입은 1,74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 2.2% 감소했다. 무역적자 규모는 225억 달러로 집계됐다.
최근 수출 부진을 겪고 있는 근본적 원인은 ①반도체 수출 부진과 ②최근 반도체를 뺀 대다수 품목들의 수출 산업 기반이 꾸준히 나빠졌던 영향이 크다. 지난해 반도체를 포함한 중간재 수출은 9% 증가했지만 1분기 -19.5%로 돌아섰다. 특히 반도체 중간재 수출국인 중국(-29.6%), 베트남(-27.5%), 홍콩(-44.7%), 대만(-37.9%) 등의 수출이 모두 감소하면서 국내 반도체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정체기에 접어든 반도체 업황을 대체할 다른 품목들도 최근 몇 년 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7년(2016~2022년) 동안 반도체와 그 외 품목 연평균 수출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반도체가 10.8% 증가하는 동안 반도체 외 품목은 2.6% 오르는 데 그쳤다. 선박, 자동차, 전자, 기계 등 비(非)장치산업 수출 증가율은 -2.3%로 오히려 감소했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5%로 주요 수출국가 중 편중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반도체 경기 호황이 착시를 낳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다른 산업 수출 기반이 약해지는 상황을 못 봤다"고 설명했다.
무협에 따르면 수출 산업 기반이 부실해져 우리나라 전체 상품의 세계수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까지 3%대를 유지해 왔으나 2019년부터 2.85%, 2020년 2.9%, 2021년 2.88% 등 2%대로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마저 급감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세계수출시장 점유율은 2.74%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협은 최근의 수출 부진을 이겨내기 위해 △고금리·세금부담 완화와 징수 유예 등 대책 △생산유연성 및 가격 경쟁력 높이기 △경쟁국과 동등한 세제지원 환경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법정 근로 시간을 따지기보다 주당 실질 근로시간을 줄여가면서 시장 수요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노동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나친 규제 사항을 9월까지 찾아 내년 4월 총선 전후 여야에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