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일본이 (용서를 구하기 위해) 무릎 꿇어야(kneel)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발언에 대해 '번역 오류'라고 주장한 가운데, 기사를 작성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하며 오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방미를 앞둔 윤 대통령과 서울에서 90분 동안 진행한 인터뷰를 24일 공개했다. 인터뷰 중 한일관계에 대해 윤 대통령이 "나는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거나, 일본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용서를 구하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후 윤 대통령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밤 논평을 내고 “대통령실이 공개한 한국어 인터뷰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유럽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하며,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며 “해당 문장은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번역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의 주어는 일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쓴 워싱턴포스트의 미셸 예희 리(Michelle Ye Hee Lee)기자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번역 오류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오디오(녹취파일)로 다시 교차 확인했다"며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는 "100년 전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돼 있다.
이에 따르면 '받아들일 수 없다'의 주체는 대통령으로 돼 있다. 국민의힘에서 오역을 주장하자 해당 기자가 윤 대통령의 인터뷰 녹취 파일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원문은 다음과 같다.
“I can’t accept the notion that because of what happened 100 years ago, something is absolutely impossible [to do] and that they [Japanese] must kneel [for forgiveness] because of our history 100 years ago."
(워싱턴포스트 기사 전문은 이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3/04/24/south-korea-president-yoon-biden-summit/)
한편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4일 SNS인 페이스북에 “심각한 역사인식”이라며 “아무리 선출된 권력이라도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일본에 대해 면죄부를 줄 권리까지 국민들이 위임하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은 후보 시절 왜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했느냐”며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방문했던 언론 보도 사진을 함께 올렸다.
유 전 의원은 또 “일본은 지금도 강제징용을 부정하고 위안부도 부정하고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지 않느냐”며 “독일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수없이 눈물 흘리고 무릎 꿇고 사과했다. 세계인들이 독일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거나 미흡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은 이번 발언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전날 취재진과 만나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인가 의심될 정도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참으로 당황스럽고 참담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또 “수십 년간 일본으로부터 침략당해 고통받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결코 해선 안 될 발언”이라며 “대통령의 역사의식이 과연 어떠한지 생각해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