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곳곳에 존재하는 ‘대(大)AI 시대’가 왔지만, 어쩐지 후각 AI는 낯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몰라서 하는 소리다. 후각 AI는 잠재적 시장 규모가 300억 달러(약 39조 3700억원)라는 통계가 있을 만큼 유망한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트는 ‘2023년 주목할 테크 트렌드’의 하나로 ‘향기(냄새)의 디지털화’를 꼽기도 했다.
올해 2월부터 국가 연구기관 및 투자기관과 연구소기업으로 전환을 진행중인 ㈜일리아스AI(ILias AI)는 국내 후각 AI 분야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다. “인간의 감각에 AI 기술을 더해 세상을 바꿔 나간다”는 비전 아래 다양한 분야의 후각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 가장 본능적 감각인 ‘후각’… “센트테크로 지속 성장 추구”
AI는 학습한 데이터가 많을수록 답변의 정확도, 정교함이 높아진다.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AI 품질을 좌우한다. 최근 AI 연구는 대부분 ‘시각’과 ‘청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자율 주행은 대표적인 시각 AI 기술이다. 글자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텍스트 음성 변환(TTS, Text to Speech)에는 청각 AI가 활용된다. 이들은 풍부한 데이터 풀(Pool)을 양분 삼아 나날에 진화하고 있다.
반면 후각 AI 기술은 시각, 청각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다. 데이터가 부족해서다. 일리아스AI 관계자는 “후각 AI 분야는 아직 인간의 후각 기능을 모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후각 AI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학습 데이터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리아스AI의 주요 업무는 냄새를 ‘시각화’하는 것이다. 후각은 감정과 기억에 큰 영향력을 끼치며, 냄새를 맡지 못하면 맛(미각)도 느낄 수 없다. 맛은 20%의 미각과 80%의 후각으로 구성된다. 뿐만 아니라 미각은 뇌와 직접 연결돼 특정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가장 본능적인 감각이다. 회사 관계자는 “냄새를 보고, 들을 수 있게 하는 ‘센트테크(Scent-tech)’로 지속 성장을 추구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 마약 반입 등 판독 가능… ‘통합 후각 AI 기업’ 목표
후각 AI는 의료·식품·보안·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일리아스AI가 집중하는 부문은 ‘보안’이다. 위험 물질과 반입 금지 품목을 들여왔는지 판독할 수 있는 ‘후각 AI 보안 장비’와 이를 바탕으로 한 ‘마약 소지 탐지 스캐너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마약 소지 탐지 스캐너 시스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주관하는 ‘ICT 기반 혁신제품·서비스 아이디어 Biz Project 공모전’에서 IITP 원장상을 받으며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후각 DB는 특정 개체를 판별할 수 있는 판독, 진단 서비스의 데이터 레이크로 활용된다. 일리아스AI는 이를 통해 △후각 스마트 터널 △수화물 후각 스캐너 △휴대용 후각 스캐너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어 후각 데이터를 정부 및 기업에 온디맨드 형태 등으로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통합 후각 AI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 ’소부장 국산화’ 차원서도 중요 과제… “韓 후각 AI 강국에 최선”
후각 AI 개발은 ‘소부장 국산화’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이온 스캐너, 엑스레이(X-RAY) 스캐너 등 공항, 항만에서 자주 보이는 보안 제품은 대부분 수입산이다. 일리아스AI의 후각 스마트 터널, 수화물·휴대용 후각 스캐너는 이들을 대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운용 레퍼런스가 충분히 확보되면 해외로 ‘역수출’해 전 세계에 국내 후각 AI의 기술력을 알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리아스AI 고범석 대표는 “인간의 감각 정보와 관련된 시장은 AI 기술과 결합해 거대 산업화가 가능하다. 특히 후각 AI 분야의 기술 선점을 하면 의료·안전·국방·환경 등 다양한 미래 후각 정보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며 “세상의 모든 후각 데이터를 수집하고, 디지털화함으로써 대한민국이 ‘후각 AI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