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마트폰 2차 유통시장(중고폰 시장)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의 절반이 애플 아이폰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중고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전년보다 올라 절반에 육박한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다. 신제품 시장에선 두 회사가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중고폰 시장에서만큼은 애플이 절대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세계 중고폰 시장 규모는 2021년 대비 5%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엔 누군가 이미 사용한 뒤 재판매한 스마트폰과 리퍼비시폰(Refurbished phone)이 포함된다. 리퍼비시폰이란 반품되거나 제조·유통과정에서 작은 문제가 생긴 제품을 제조사나 판매사 측에서 새것처럼 고치고 정비해서 판매하는 제품을 뜻한다. 신제품보다 저렴하지만 신제품처럼 일정 기간 제조사나 판매사의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중고폰 시장의 성장은 작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12%나 쪼그라든 것과 대비된다. 세계 경기가 악화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신제품의 평균 가격이 높아지면서 저렴한 중고폰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해 중국 시장에 중고폰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면서 중국 내 판매량이 17%나 하락했는데, 이 같은 큰 폭의 감소가 없었다면 중고폰 시장은 더 커졌을 것이라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밝혔다.
판매량을 제조사별로 보면 애플 아이폰이 전체의 49%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8%에서 26%로 떨어졌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24%로 1위, 애플이 18%로 2위였는데, 중고폰 시장의 경우 정반대로 애플이 삼성전자를 압도한 것이다.
중고 아이폰의 판매량 증가는 미국·유럽에선 신제품 수요를 갉아먹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동남아·인도·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을 높여줄 수 있다. 애플 입장에선 중고로라도 아이폰을 구매해서 쓰는 사람이 증가하는 게 이득이다. 아이폰 이용자가 많을수록 아이폰으로 쓸 수 있는 애플티비, 애플뮤직 같은 소프트웨어 매출도 늘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고폰 시장에서 애플의 강세는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스마트폰 평균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길어지는 추세라 전체 중고폰 시장의 성장세는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