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여왕', 자극적 소재가 꼭 필승법일까

입력
2023.04.30 10:06
지난 24일 첫 방송된 채널A '가면의 여왕'
김선아 주축의 여성 주체 복수극
살인·성폭행·마약 등 자극적 소재 눈길

여성 주체 서사를 강조한 '가면의 여왕'이 베일을 벗었다. 하지만 어쩐지 자극적인 소재만 눈에 들어온다. 인물의 욕망이 왜 꼭 살인, 강간, 복수 등으로만 풀이되는지 아쉬움도 크다.

지난 24일 채널A '가면의 여왕'이 첫 방송됐다. '가면의 여왕'은 화려하게 성공한 세 여자 앞에 10년 전 그녀들의 거짓말로 살인자가 된 절친이 나타나면서 가면에 감춰져 있던 진실이 드러나고, 한 남자로 인해 인생의 소용돌이를 맞게 된 친구들의 욕망이 충돌하는 미스터리 멜로 복수극이다.

네 친구의 핏빛 복수극

'가면의 여왕'은 10년 전 절친했던 네 사람이 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복수 혹은 파멸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다만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성폭행을 당한 후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권력을 잡는 여성 변호사 도재이가 이를 대표한다.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시크릿 부티크'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여성의 욕망을 그려냈던 김선아가 도재이라는 인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도재이 서사 외에도 마약, 살인, 화류계 등 장르물에서 볼 법한 소재들이 '가면의 여왕'을 상징한다. 김선아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복수, 야망 말고도 정말 많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성 서사가 단순히 복수와 욕망으로만 풀이되는 것은 아쉽다. 자극적인 소재가 꼭 드라마의 흥행 필승법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이야기는 오히려 정의와 선을 조명한 작품들이었다.

채널A 입장에서는 전작 '쇼윈도'로 흥행의 맛을 톡톡히 보았기 때문에 또 한 번 비슷한 결의 카드를 꺼낸 셈이다. 하지만 '쇼윈도'가 호성적을 안은 것은 불륜이라는 선정적인 소재보다 배우들의 연기 향연이 더욱 부각됐기 때문이다. '가면의 여왕' 역시 걸출한 배우들을 내세웠다. 김선아 오윤아 유선 신은정 등 동년배 여성 배우들 중에서 연기력으로 늘 호평받는 이들이다. 이들의 호연이 피로감을 자아내는 소재를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은 어떨까.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가면의 여왕' 1회는 전국 유료방송 가구 기준 1.4%를 기록했다. 2회는 1.5%로 소폭 상승했다. 이 가운데 이들이 목표로 삼은 '쇼윈도' 역시 1, 2회에서는 1~2%대의 시청률로 시작해 10.3%로 종영했다. 과연 '가면의 여왕'이 '쇼윈도'처럼 반등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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