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가 나오면서 국내 증시 8개 종목이 하한가로 직행했다. 특별한 호재 없이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들로, 대출을 내 투자한 ‘빚투’ 비중이 높았다는 점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일시에 쏟아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세방, 다올투자증권 등 5개 종목이 가격제한폭(-30%)까지 급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하림지주, 다우데이타, 선광 등 3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CJ와 국동도 각각 12% 넘게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업종도, 테마도 다른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 거래 창구를 통해 매도 몰량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삼천리, 서울가스, 다우데이타, 세방은 매도창구 1위가 SG증권이었고, 하림지주 등 나머지 네 종목도 매도창구 2~3위에 SG증권이 자리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대규모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킨 차액결제거래(CFD) 계좌가 손실 구간에 진입하자 SG증권이 고객 주식을 강제로 처분한 것 아니냐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장외파생계약의 일종이다. 40%의 증거금으로 2.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시장에선 이날 폭락한 종목들이 ①올 들어 주가가 급등했고 ②이 과정에서 신용융자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늘 가장 큰 화두는 수급 이슈로, 특정 창구를 통한 CFD 매물 출회 등이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으나 세부 추정은 기술적으로 제한적”이라면서도 “다만 이날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과도한 레버리지가 원인이었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종목 전체의 최근 5일(17~21일) 평균 신용융자 잔고율(총 발행 수 대비 신용 거래 물량 비중)은 1.51% 수준이다. 하지만 이날 하한가를 기록한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14.27%에 달했고, 세방(12.29%), 삼천리(10.77%), 대성홀딩스(6.67%), 서울가스(7.26%) 등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코스닥 종목들의 5일 평균 신용융자 잔고율 역시 하림지주 7.32%, 선광 12.34%, 다우데이타 11.04%로 시장 평균(2.62%)보다 훨씬 높았다.
시장 일각에선 특정 펀드가 만기 연장(롤오버)에 실패하면서 반대매매가 진행됐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SG증권이 향후 이들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해 공매도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