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윳값 싼데 세금 더 깎아… 유류세 할인, 휘발유 역차별

입력
2023.04.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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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 37%·휘발유 25% 유류세 할인 연장
경유 더 깎아준 근거, 가격 역전 사라져

정부가 현행 유류세 할인 체계를 4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유 세금을 휘발유 대비 더 깎아주는 '차등 할인'이 그대로 유지된다. 차등 할인의 배경이었던 '경유-휘발유 가격 역전' 현상이 사라진 점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다. 안 그래도 경윳값보다 비싼 휘발유를 쓰는 차주가 세금 감면도 역차별을 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휘발유, 경유를 각각 25%, 37% 깎아주기로 한 유류세 할인 제도가 8월 말까지 연장된다. 최근 오펙플러스(주요 산유국 모임)의 감산 결정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커지고 있는 기름값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른 리터(L)당 휘발유, 경유 유류세는 할인 전과 비교해 각각 205원, 212원 내려간 615원, 369원이다.

기재부는 2021년 11월부터 휘발유, 경유 모두 20%씩 깎아준 유류세 할인폭을 기름값이 치솟은 지난해 하반기 37%까지 키웠다. 기름값이 다소 내려가면서 올해 1월부터 휘발유 유류세 할인폭만 25%로 작아졌다. 경유는 가격이 예년과 달리 휘발유보다 높은 상황을 감안해 37% 할인을 유지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지난해 7월 L당 경윳값은 2,085원으로 휘발윳값 2,030원을 넘었다. 당시 경유 유류세를 휘발유보다 더 많이 깎아주지 못한 이유는 이미 법상 한도(37%)까지 꽉 채워 할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지속한 경유-휘발유 가격 역전은 올해 2월 중순 해소됐다. 이날 기준 L당 경윳값은 1,544원으로 휘발유 1,665원보다 121원 낮다. 경유 유류세를 휘발유보다 더 크게 할인한 근거가 사라졌지만 기재부는 당분간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셈이다.

유류세 유지는 세수 부족과 여당 압박 사이에서 나온 기재부의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유류세 할인폭은 유종 구분 없이 똑같이 맞추는 게 논리적이나, 휘발유를 경유만큼 37% 깎아주면 연초부터 불거진 세수 부족 심화는 불가피했다. 반대로 경유를 휘발유처럼 25%만 할인하면 "유류세 인하 연장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여당 주문을 정부가 외면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었다.

결국 휘발유차 차주만 불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휘발윳값이 경윳값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으나 유류세 할인폭은 작기 때문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경유차 차주에게 더 큰 세제 혜택을 주는 건 휘발유 차주에 대한 역차별로 공정한 세금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차등 할인에 대해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인 가운데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다시 앞지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생계형 차주가 상대적으로 경유차를 많이 모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