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이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과 관련한 의혹을 보도하면서 얼굴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더라도 초상권 침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익성이 인정된다면 배상 책임을 물릴 수는 없다는 취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김 전 비서관이 MBC 기자 2명과 학부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MBC는 2018년 3월 김 전 비서관이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시절 산하 레인보우 합창단 아동들을 정치인 행사에 부당하게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학부모들에게 화를 내는 영상이 30여 초간 공개됐다.
김 전 비서관은 같은 해 5월 "초상권을 침해당했다"며 MBC 기자들과 영상을 찍은 학부모를 상대로 4,000만 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다.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방송했다는 것이다.
하급심은 MBC 기자들이 김 전 비서관에게 각각 1,00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전 비서관을 공적 인물로 볼 수 없고, 얼굴을 노출하지 않았더라도 보도 공익성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이유였다. 다만 학부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영상을 전달하면서 김 전 비서관 얼굴까지 방송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기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보도에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①김 전 비서관이 다문화 전문가 및 특정 정치인의 팬클럽 회장으로 활동한 전력을 고려하면 공적 인물로 봐야 하고 ②해당 보도는 언론의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되는 범주 내에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보도 내용이 국내 최초 어린이 다문화 합창단의 회계·운영이란 점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사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서 공론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적 인물의 초상권이 침해됐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돼 손해배상 책임이 부정되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안"이라며 "초상권 보호와 언론의 자유 보장을 조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첫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각종 혐오성 발언으로 논란을 빚다 7일 만에 자진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