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시장 개인 순매수 금액의 절반 정도가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 즉 '빚투(빚내서 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은 6조1,278억 원을 순매수했다. 동시에 빚투 규모도 빠르게 늘어났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서만 신용거래는 2조7,049억 원 증가했는데, 개인 순매수 금액의 44%에 달한다. 코스닥 신용거래 규모는 지난달 22일부터 코스피를 웃돌기 시작해 현재 양대 증시 신용거래의 51.6%(10조4,618억 원)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 투자금 대부분은 이차전지주로 유입됐다. 올해 코스닥 개인 순매수 상위 1~6위가 모두 이차전지주로, 개인 자금 3조614억 원이 흘러 들어갔다. 대부분(75.8%)은 개인 순매수 상위 1, 2위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에 투자한 돈이다.
이차전지주 과열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한 것도 '쏠림'의 결과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한 코스닥 상장사는 3곳인데 모두 최근 들어 2차전지 사업 진출 의향을 밝힌 곳이다. 게다가 3곳 모두 한 달 내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됐다. 2차전지 과열이 점증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한국거래소는 주가 급등으로 유의해야 하는 종목을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의 세 단계로 나눠서 관리하는데, 투자위험은 매매정지 직전의 가장 과열된 단계다.
단기간 대규모의 빚이 코스닥 27.9% 상승 및 900선 진입을 견인한 만큼 빚이 청산(반대매매 등)되면 지수가 급락하는 등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경기가 좋아져 투심이 다른 산업들로 확장되든지, 아니면 가격 부담과 (물가 둔화에 따른) 실질금리 상승으로 주가가 재차 급락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제적으로 빚 관리에 들어간 증권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1일 오전 8시부터 신규 신용거래 매수와 예탁증권 담보 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신용공여 총 합계액이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자본시장법 제77조의3에 따른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