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 덴마크 왕자 부부, 대리모 출산...'윤리'보다 중요한 '혈통 잇기'

입력
2023.04.2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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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세 구스타프 왕자 부부, 대리모 통해 임신
"올여름 출산 예정" '합법적 절차' 강조도


덴마크 왕실에 '대리모 출산'이 임박했다. 왕실의 일원인 구스타프 왕자 부부가 올여름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는다.

왕실의 대리모 출산은 법적, 윤리적 논쟁을 환기한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동성 연인, 불임·난임 커플 등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다른 여성의 몸을 빌려 아이를 갖는 게 옳은가'라는 반대론이 엇갈린다. 덴마크 왕실은 논란을 무릅쓰고 '혈통 잇기'를 택했다.

사실혼 관계 끝 결혼… 고령 탓에 대리모 선택

독일 언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등에 따르면, 구스타프 부부 대변인은 "구스타프 왕자와 배우자인 카리나 악셀손 공주가 대리모를 통해 가진 아이가 초여름에 태어난다"고 밝혔다.

덴마크는 의원내각제와 입헌군주제를 도입해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국가 원수로서의 상징적 권한을 갖고 있다. 구스타프 왕자의 어머니인 베네딕테 공주는 여왕의 동생으로, 왕실 서열 11위다. 왕위 계승 서열은 높지 않지만 구스타프 왕자 역시 왕실 내 핵심 위치에 있다.

왕실의 까다로운 결혼 조건 때문에 구스타프 왕자와 카리나 공주는 사실혼 관계로 지내다가 지난해 결혼했다. 나이(54세 동갑) 때문에 자연 임신은 쉽지 않았다. 왕실 후손인 만큼, 대가 끊기는 건 큰 문제였다. 이에 대리모 출산을 결정했다. 구스타프 왕자 부부 대변인은 "부부는 매우 행복한 상태다. (아이를 가진 데 대해) 감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사회는 왕실의 특수성을 인정해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분위기다. 독일 언론 타츠는 "54세 부부가 여전히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놀랍다.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아이를 가질 만큼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언론 라푸블리카는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첫 왕실 아기"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구체적 이야기는 '함구'... 상속 및 승계 문제 불거질 수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다수 국가가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금지한다. 영국, 덴마크, 벨기에, 네덜란드 등 대리모를 허용하는 국가에서도 '이타적 대리모'만 가능하다. 보상이 오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왕자 부부의 대변인은 "법적으로 문제없는 길을 찾고,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며 관련 절차가 합법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리모가 타인의 건강권, 인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리모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취약 계층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왕자 부부의 대변인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 정보는 제공하지 않겠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후손의 법적, 윤리적 정당성 문제가 발생하면 왕실 상속과 계승 관련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라푸블리카는 "대리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는 왕자 부부를 시험에 들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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