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등 달아주고, 반려로봇도 준다…복지 틈새 메우는 서울시

입력
2023.04.23 10:00
19면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사업' 27개 선정
난청 1인가구 초인등 설치
경계선지능인에 일자리교육
사각지대 취약계층 집중 지원키로

올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독거노인 김모(70)씨는 구청에서 준 생필품을 일주일이 지난 뒤에서야 확인했다. 구청 직원이 여러 차례 김씨 집을 방문했지만, 난청을 앓는 김씨가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해서다. 김씨는 휴대폰 사용도 서툴러 문자 메시지도 뒤늦게 확인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격리됐을 때 병원에 가거나, 장을 볼 수 없어 생활이 어려웠다”며 “난청으로 TV가 아니면 외부와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울 도봉구가 다음 달부터 김씨처럼 난청이나 청각 장애로 고립 위기에 처한 중ㆍ장년 1인가구 집에 초인등을 설치해준다. 방문객이 벨을 누르면 소리 대신 조명이 반짝인다. 도봉구 관계자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고령 청각장애인 수가 많다”며 “그동안 복지 사각지대에 있었던 난청 노인들이 방문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봉구 청각장애인 중 81%가 65세 이상이다.

송파구는 다음 달부터 경계선지능인(느린 학습자) 일자리교육 지원에 나선다. 경계선지능인은 장애로 분류되지 않지만 고도의 학습능력이나 사회적응 능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말한다. 송파구 내 일자리교육이 필요한 만 17~21세 경계선지능인은 약 4,712명으로 추정된다. 송파구는 사회적기업 등과 연계해 ‘데이터 라벨링(4차산업 기반 정보를 가상공간에 옮기는 것)’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이 같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한다. 복지 혜택에서 소외된 난청 노인이나 경계선지능인 등을 맞춤 지원해 복지 틈새를 메우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25개 자치구 대상 ‘약자와의 동행 자치구 지원 공모’를 진행해 27개 사업을 선정했다. 사업당 1억 원 이내 총 13억 원을 지원한다.

강동구가 올 2월 전국 최초로 개소한 치매가족지원센터가 대표적 사업이다. 센터는 치매 환자가 아닌 이들을 돌보는 가족을 위한 재가돌봄서비스와 심리치료 등을 제공한다. 용산구는 지난 17일부터 중증 장애인이나 거동 불편 노인 등 취약계층 1인가구를 방문해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고 안부를 확인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용산구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1인가구가 집에 쓰레기를 쌓아두고 지내는 모습을 보고 사업을 제안했다”며 “비록 작지만 이들에게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반응이 좋은 기존 사업 12개는 지원이 확대된다. 노원구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선보였던 ‘장애인 친화 미용실’은 열띤 반응에 힘입어 올해 2호점을 연다. 관악구에서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취약계층 1인가구에 말동무 역할을 하고 위험신호 감지 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인공지능 반려로봇 지원 사업 범위도 올해 더 넓어진다.

서울시는 선정된 사업에 대한 현장 실사를 7월 진행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한다. 또 연말 성과보고회를 개최해 우수사례를 공유할 계획이다. 김태희 서울시 약자와의동행추진단장은 “이번 사업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소외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앞으로도 자치구의 약자동행사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