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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식당에서 일한다. 미래가 불투명한 따분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다. 하지만 식당은 가족이 운영한다. 요리사인 자신이 빠지면 곤란하다. 별 희망 없이 살아가는데 누군가 뜻밖의 제안을 한다. 재능이 있으니 유명 셰프와 함께 일해 보겠냐고.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까. 영화 ‘헝거’의 주인공 오이(추티몬 층차런숙잉)는 새로운 삶을 택한다.
오이가 합류한 요리 팀 ‘헝거’는 독특하다. 수장인 폴(노파차이 차이야남)은 남다르다. 폴은 완벽주의자다. 자신이 바라는 요리가 나올 때까지 온 힘을 다한다. 당연한 것처럼 주변사람을 가혹하게 대한다. 폴의 요리는 예약하고 몇 달이 걸려서도 먹기 힘들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나 먹을 수 있다.
폴과 함께 일하는 건 오이에게 인생일대 기회다. 오이는 퇴락한 거리에서 볶음국수나 만들던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하지만 폴은 오이를 예외로 대하지 않는다. 실력 발휘를 할 때까지 몰아붙인다. 오이는 반감을 가지면서도 순응한다. 폴은 거부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권위를 지녔다.
오이는 일하면서 덜 알려진 폴의 면모를 알게 된다. 폴은 무정한 듯하나 가난한 농부나 어부에게 도움을 준다. 오이에게 자신이 요리사가 된 사연을 들려주며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랫사람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고 요리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지도층을 지배하려는 폴의 행태에 동의하기 어렵기도 하다. 오이는 폴에 대한 생각이 불분명하듯 진정한 요리(음식)는 무엇인지에 대한 관점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폴의 음식에 대한 시각은 명확하다. 그는 요리사로서 명성을 얻으면 사람들은 권위에 따라 맛을 느낀다고 본다. 자신의 요리 팀을 ‘헝거(Hunger)’라 칭한 건 사람들이 유명 요리사라는 ‘허기’를 느낀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폴은 최상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나 언제든 사람들 입맛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화는 여러 상반된 이미지를 병치시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오이 가족이 운영하는 허름한 식당은 폴의 깔끔한 주방과 정반대 모습이다. 오이와 가족이 마음을 위로하는 요리로 생각하는 건 집안 대대로 내려온 요리법에 따라 만든 볼품없는 볶음국수다. 폴이 비싼 재료로 화려하게 차려놓은 요리들과는 다르다. 오이는 폴의 길을 따라갈 수 있다. 명성과 돈이 깔린 길이다. 하지만 정과 혼이 담긴 볶음국수의 맛을 외면할 수 없다.
오이의 방황과 고민은 보편적인 메시지를 품는다. 음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누구나 먹고 싶어 하나 의미 없는 비싼 음식 같은 삶을 살 것인가, 남루한 듯하나 내 입맛에 맞는 나만의 인생을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