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핵심 의제로 다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에 굳이 정상회담에서 얻어낼 것이 없다는 게 대통령실 인식으로 보인다. 경제안보가 이번 회담의 핵심 과제인데 지나치게 안일한 것 아닌가.
최상목 경제수석은 그제 브리핑에서 IRA, 반도체법이 정상회담 의제로 올라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초 우려보다 우리 기업 피해가 크지 않은 방향으로 운영돼 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 수석은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건을 얘기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이 분야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지만 포괄적 협력 방안에 대해 필요하면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 만큼 양자회담 계기에 제기될 것”이라던 이전 언급과는 온도 차가 크다.
미국의 후속조치로 우려를 많이 덜어낸 것은 사실이다. 반도체법의 중국 투자 금지를 담은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은 걱정과 달리 기술적 업그레이드는 허용해줬다. IRA는 현대차만이 아니라 유럽 경쟁기업도 수혜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내 배터리 3사에는 기회 요인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려면 영업기밀을 통째로 미국 정부에 넘겨야 한다. 삼성과 SK로서는 몹시 곤혹스러운 족쇄다. 대만 TSMC조차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히는 마당이다. IRA 역시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를 낮출 때까지 시간을 최대한 벌어야 한다.
국민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우리 주력산업이 뻗어갈 수 있도록 의미있는 외교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방미에 동행하는 120여 명의 경제사절단이 수치로 포장된 겉만 번드르르한 성과를 가져오는 것보다 훨씬 중요할 것이다. 어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경제안보협력의 구체화를 중요한 방미 의의 중 하나로 꼽지 않았나. 막판까지 하나라도 더 얻어내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