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등 정부 비판 세력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제기된 윤석열 대통령의 4·19혁명 기념사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조심해야 한다"고 20일 작심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어제(19일) 하루는 대통령의 말 몇 마디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수천 냥의 빚을 저버린 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4·19혁명 기념식에서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역대) 대통령의 공식 기념사에서 사기꾼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 말을 듣는 현장에서 저를 포함한 많은 참가자뿐 아니라 국민들께서 느끼셨을 자괴감이 참으로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현안 관련 발언에도 각을 세웠다. 19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자, 러시아 정부가 즉각 반발했다. 중국과 대만 간의 양안 갈등에 대해서도 "무력으로 대만해협 현상을 변경하는 데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는 쉽게 표현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양안 문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대중 관계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 기업 170여 개가 진출해 있고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안정에 러시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그 얘기를 외신 기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굳이 그렇게 말해야 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직설 화법'을 두고 "개인이 아니라 5,000만 명을 대신하는 대리인이고, 이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자리에 계신다"면서 "파초선처럼 (말 한마디가) 세상에 평지풍파를 몰고 올 수 있다"고 거듭 신중한 발언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