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공백 와중 '대량생산' 선언한 SM… 살얼음판 걷는 K팝

입력
2023.04.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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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K콘텐츠]
빌보드 입성 빈도 줄어... BTS 공백 확연한데 '공장형 양산' 우려
"주류·비주류 정서 아우르는 게 K팝 강점... 다양하게 접목해야"

“K팝의 성장 둔화는 명확합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지난달 15일 관훈 토론회에 참석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K팝의 성공에 너무 도취되지 말라며 던진 쓴소리다. K팝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는 자축이 무색하게 역성장한다는 정황이 뚜렷해진 점을 짚은 것.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3,000억 원에 육박하며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그 이면에는 2020년, 2021년 각각 81.3%, 62.5%였던 성장률이 지난해 5.4%로 급감했다는 또 다른 현실이 있다.

BTS 공백 여전한데… 대량생산 무게 둔 SM 우려

K팝의 위상은 실상 ‘BTS의 위력’이었다는 점이 가장 걱정되는 점이다. 실제 2020년 빌보드 ‘핫100’에 오른 K팝 17곡 중 블랙핑크 노래 4곡을 제외한 13곡이 모두 BTS 것이었다. 2021년은 9곡 중 5곡이, 지난해는 13곡 중 11곡이 BTS 멤버들 곡이었다. 하지만 BTS가 활동을 중단한 지난해 이후 공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뉴진스, 피프티피프티, 트와이스 등 다른 K팝 그룹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지민, 제이홉 등 BTS 멤버들의 발매곡을 제외하면 빌보드 '핫100'에 입성한 곡은 고작 4곡이다.

K팝이 작사·작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BTS의 성과를 이어가려면 개성과 주관이 뚜렷한 아티스트를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 하지만 현재 K팝 시장 상황은 오히려 아티스트들의 독자성을 소거한 공장형 양산 시스템으로 굳어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카카오가 인수한 SM엔터테인먼트의 미래 전략 ‘SM 3.0’에는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 SM 3.0의 핵심은 멀티 프로듀싱으로 음반 발매 횟수를 연 31회에서 40회로, 공연 횟수를 80회에서 260회로 확대하는 등 대량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수익을 우선해 콘텐츠를 대량으로 찍어내기 시작하면 아티스트가 산업 상품으로 혹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K팝만의 강점 살려 확장해야 주류 문화로 거듭날 것"

그렇다면 K팝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 방 의장은 “‘K’라는 정체성을 고수하는 건 위기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고 K팝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지우는 것도 해답이 될 순 없다. BTS 멤버 RM이 최근 한 스페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대로, ’K’는 어느덧 K팝의 품질을 보증하는 ‘프리미엄 라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K팝만의 강점을 극대화해 주류 문화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가령 K팝의 강점은 주류와 비주류 정서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는 점이다. 뉴진스 역시 귀여운 소녀라는 주류 정서를 바탕에 두되 불손한 욕망을 투영한 1집 수록곡 '쿠키' 가사나 악플러를 저격하는 '오엠지' 뮤직비디오 연출로 비주류 정서를 드러내곤 했다. 주류와 비주류를 아우를 줄 아는 K팝만의 특성을 다양한 콘텐츠에 접목해 확산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성수 평론가는 “세계적인 예술가는 출신 국적은 있을지언정 그 자체로 세계의 주류 취급을 받듯, K팝 역시 외연을 확장하면 ‘K’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주류 문화가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