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한국 정부를 향해 "전쟁 개입"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무기 지원이 이뤄지면 러시아도 북한에 군사 지원을 할 수 있다는 협박도 했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을 콕 집어 경고한 지 반년 만에 양국 긴장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한다면 분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불행하게도 한국은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며 "무기 지원 가능성은 이런 입장의 연속선상"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자 즉각 반발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만 고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내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혔는데, 처음으로 이를 뒤집어 '조건부'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는 위협 수위를 재차 높였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러시아 전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러시아가 북한에 최신 무기를 공급하면 한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썼다. 북한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주한러시아대사관도 홈페이지에 "한국은 우크라이나 정권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는 결정이 초래할 부정적 결과를 잘 알 것"이라며 "이는 30년간 건설적으로 발전해 온 러시아와 한국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비판 논평을 올렸다.
러시아가 한국을 겨냥해 무기 지원 경고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한 결정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한국과 러시아 관계를 파괴시킬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서방 국가들의 강도 높은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