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남성 다발성 위암 위험 높다…"개수보다 형태 중요"

입력
2023.04.19 21:19

65세 이상 남성 위암 환자일수록 ‘다발성 위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발성 위암은 위의 두 곳 이상에서 동시에 혹은 1년 이내 시간차를 두고 여러 곳에 암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동시에 발견되면 ‘동시성 위암’, 시차를 두고 발생하면 ‘이시성(異時性) 위암’이라고 한다.

다발성 위암의 경우 진단 과정에서 일부 동시성 위암을 놓칠 위험이 있고, 발견된 종양을 제거해도 위의 다른 곳에서 이시성 위암이 새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2003~2020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행성 위암(3~4기)을 포함한 암 진단을 받은 환자 1만4,603명에 대한 대규모 분석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다발성 위암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와 임상적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4.04%에서 다발성 위암이 확인됐다. 남성과 65세 이상 고령일 경우 다발성 위암 위험도가 각각 1.7배, 1.5배 높았고, 조기 위암 환자 또한 위험도가 1.9배 증가했다.

다만 암 개수 자체는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발성 위암은 일반적인 위암과 마찬가지로 조직학적 측면에서 장형(덩어리 암)이 미만형(작고 넓게 퍼진 암)보다 예후(치료 경과)가 좋았으며, 미만형 위암이어도 장형 위암이 한 개라도 있으면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

연구팀은 65세 이상 남성에서 조기 위암 소견이 보이면 다발성 위암을 염두에 두고 세심한 검사를 통해 추가적인 병변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다발성 위암으로 진단될 경우 조직학적 분포 측면에서 장형 위암의 존재 유무를 통해 그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나영 교수는 “고령 남성은 다발성 위암을 고려해 최초로 암을 발견했을 때 종양이 여러 개 있는지, 제거술을 받은 후 추적 관찰할 때도 다른 부위에 위암이 생기지 않았는지 세심한 검사가 필요하다”며 “다발성 위암으로 여러 개 종양이 발견돼도 생존율에는 큰 차이가 없기에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것을 권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Gut and Liver’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