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전형적 포유류 종 수준인 100만 년 정도 생존하고, 인구가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80조 명이다. 미래의 사람들은 우리보다 1만 배 많을 것이다.'
윌리엄 맥어스킬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교수가 계산한 미래의 잠재적 범위다. '냉정한 이타주의자'의 저자이자 공리주의 철학자인 그는 신간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에서 인류의 삶이 이제 겨우 시작이며 미래 세대의 운명이 현 인류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미래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 도덕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 즉 '장기주의'(longtermism) 세계관을 설파한다.
저자는 지금의 인류를 '경솔한 10대'에, 사회는 아직 뜨거워 어떤 모양으로든 만들 수 있는 '녹은 유리'에 비유한다. 또 인류가 어떤 위협에 직면할지 알지 못한 채 미지의 땅을 향한 '위험한 원정'을 하고 있다고 묘사한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와 핵전쟁, 유전자 조작 감염병, 기술 발전 속도 둔화 등을 인류가 '장기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나타날 잠재적 재난 상황으로 제시한다.
기본적으로 저자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기후변화를 비롯한 인간 멸종의 위험을 묘사한 것도 지금 행동함으로써 미래를 위태롭게 할 문제의 해결 방향을 찾을 수 있음을 역설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자신이 죽고도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성공할 사명에 생을 바친 초기 노예제 폐지론자와 페미니스트 운동가 등의 예를 들어 '장기주의'의 실효성을 설득한다. 다만 저자가 현 인류가 현재의 이익을 완전히 희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미래 세대를 보호하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적 사항이 돼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