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꽃들이 마지막 정취를 뽐내는 시절 시내 주요 관광지에서는 많은 외국 관광객들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지난 3년간의 코로나로 인한 관광 침체기를 넘어 본격적인 관광의 시대로 다시 접어들고 있음을 체험하게 된다.
지난 3월 서울시는 서울링프로젝트를 언론에 공개하였다. 서울링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의 관문을 새롭게 조성하고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는 랜드마크적인 공간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로 소개하였다. 영국의 런던아이에서 모티브를 발견했다는 말과 함께 서울의 관광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될 프로젝트로도 소개하였다. 언론보도상으로는 이미 사업은 확정되었고 추진과제만 남은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20여 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새천년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상암지구에 새천년프로젝트로 국제공모전을 개최한 적이 있었다. 난지도로 알려져 있던 지금의 상암지구를 새롭게 조성하고 그 위에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조성하겠다는 사업이었다.
공모전의 결과 오퍼스(현 우연히프로젝트 우대성 대표)와 이은석 교수의 작품이 당선하였다. 당시 제안된 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원형의 건축물로 세계 최초라는 시사성을 줄 수 있는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제안되었다. 일견 대관람차를 연상할 수 있지만 단순한 회전관광구조물이 아닌 건축으로, 전망대와 구조적 공간적 기능을 가진 건축물로 제안된 것이었다. 설계의 과정은 이후 1년여 이상 진행되면서 런던아이 구조를 맡았던 영국의 구조설계사가 참여하고 풍동실험을 비롯한 각종 첨단 기술을 위한 연구와 실험을 거쳐 약 80% 정도의 설계공정으로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실시설계 과정에서 당초보다 늘어난 예산 등의 이유와 새천년준비위원회가 해체되면서 사업이 무산되었다. 이후 10여 년간 건축설계자와 정부는 사업에 대한 서로 간의 해석을 두고 법정공방을 이어가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서울링프로젝트 발표를 보면서 우려되는 점들이 있다. 첫째 정해진 대상지가 천년의문프로젝트와 거의 유사한 장소이다. 둘째 20년 전 설계를 통해 점검하고 검증한 안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관계자들은 이미 수개월 전 저작권자와의 만남이 있었음에도 저작권에 대한 해석이 전무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찜찜한 점은 발표된 '투시도를 과연 누가 그렸을까?'이다. 분명 건축사무소 누군가가 아니라면 발표된 투시도를 그릴 수 없었을 것인데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나 이해가 없이 그렸다면 그건 그림일 뿐이고 이해를 바탕으로 그렸다면 이는 이미 설계를 마쳤다는 가정을 할 수 있다. 프로젝트 발표 이전에 설계가 이미 진행됐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남산 힐튼호텔 철거와 관련하여 건축가 김종성과 함께하는 대담이 있었다. 사라져야 할 것과 남아야 할 것에 대한 가치를 정의하는 관점들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특히 근대문화유산의 경우 그렇다. 사라지는 것들과 남는 것들은 유한한 인간의 인생에 비유된다. 기억되는 것들과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는 영원성이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다 허물어지는 것들 속에 영혼으로 남는 가치는 무엇인가? 건축, 관광사업 등 유한한 가치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힘. 우린 20년 전에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