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연장, 전기료 인상 미적… 후폭풍 감당하겠나

입력
2023.04.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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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8월 말까지 4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의 감산 발표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세수 공백 등의 후폭풍을 감당할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25%, 경유는 37% 각각 인하해주고 있다. 당초 휘발유와 경유 인하폭을 25%로 맞추거나 15~20%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됐다고 한다. 하지만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날 여당의 요청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서민경제의 부담 완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유가는 상승세다. 올 들어 배럴당 80달러 안팎이던 국제유가는 감산 발표 후 한때 90달러 선에 육박했다. 작년 12월 초 리터당 1,527원이던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는 어제 기준 1,660원을 넘었다.

문제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물가가 비교적 안정세(3월 4.2%)인 지금 유류세를 일부라도 정상화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점점 어려울 것이다. 2월까지 세수가 16조 원 넘게 덜 걷혔는데 유류세마저 줄면 올해 세수 결손은 막기 어렵다. 유류세 인하로 줄어든 세금이 작년 한 해만 5조5,000억 원이다.

정부는 고유가로 원가 부담이 커지는 전기∙가스요금마저 손대기를 주저한다. 전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2분기마저 동결하거나 찔끔 인상에 그친다면 늘어나는 적자 감당이 쉽지 않다. 어제 전기 관련 단체협의회는 간담회를 열어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못하면 한전채가 크게 증가해 수급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며 “지금이 요금 인상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촉구했다.

원가 인상 요인이 큰데도 부작용 없이 요금을 무한정 낮춰줄 마법은 없다. 유류세 인하 연장이 불가피했다면, 전기∙가스요금이라도 제대로 인상해야 한다. 또 유류세 인하가 끝나는 8월에는 표심과 확실히 선을 긋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