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정치권에서 제3 지대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이 18일 "새로운 세력이 출현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금씩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정치를 펴야 된다. 저는 개인적으로 용기를 갖고 이 길에 매진할 생각"이라며 창당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금 전 의원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옆에서 도와줄 수 있다"고 힘을 실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이하 성찰과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성찰과 모색은 금 전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정치포럼으로, 극단적 진영 갈등을 반복하고 있는 한국 정치 현실을 성찰하고 새로운 정치 공간을 열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금 전 의원은 '월 350만 원을 버는 커플'로 대변되는 평범한 사람들을 중심에 둔 정치를 강조하며 "'총선은 한일전' 또는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된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정당들에는 350만 원을 버는 커플이 설 자리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 길(평범한 사람을 위한 정치)을 걸으려는 세력이 있다면 분열하고 반복하는 우리 사회를 통합시키고 또 불안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대통령 선거가 역대급 비호감 선거가 됐는데 유권자들도 충분히 문제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정치 하는 사람들이 그 구조를 부수지 못하고 유권자들에게 그런 선택지만 내놓았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창당 계획과 영입 인사 등에 대한 질문에는 "차차 준비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며 인물이 아닌 '가치'를 중심에 둔 당을 만들겠다는 청사진만 꺼내보였다.
김 전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금 전 의원이 용기를 갖고 그런 시도를 하니까 옆에서 도와줄 수 있다"고 창당을 돕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다만 그는 "나는 더 이상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자신이 제3 지대 정당에 소속돼 활동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 정당은 집권만 하면 정상적 기능을 못 하고 대통령 얼굴만 보고 사는 정당이 된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또 "과연 두 당이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지난 20년이 입증한다. 해결할 능력이 없는 정당이 됐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거대 양당제 폐해로 인해 제3 지대의 정당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들이 새로운 구상을 갖고 있고, '20년 동안 속아왔다' 생각하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달했다"며 "이제는 사람 중심으로 정당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세력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이 싫어서 윤석열을, 국민의힘이 싫어서 민주당을 찍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제3, 제4, 제5의 스마트한 정치세력이 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 하면 떠오르는 건 개딸하고 돈 봉투고, 우리 당 하면 떠오르는 건 전광훈과 끝도 없이 나오는 막말이다"라고 자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