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가스가 녹색 에너지?"... 결국 '피고'로 국제법정 서게 된 EU

입력
2023.04.18 15:30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 EU 집행위 제소
"원자력·가스의 '택소노미 포함' 취소를"

유럽연합(EU)이 친환경 투자 기준인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자력과 가스를 포함시켰다는 이유로 결국 국제법정에 ‘피고’로 서게 됐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국제 환경단체들이 원자력·가스에 ‘녹색’ 딱지를 붙이는 것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소송전에 나선 것이다.

AP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그린피스는 이날 유럽사법재판소(ECJ)에 EU 집행위원회를 제소했다. 원자력과 가스를 녹색 에너지로 본 EU의 결정을 무효로 해 달라는 취지다. 지난해 7월 유럽의회는 두 에너지를 택소노미로 인정한 EU 집행위의 최종안을 채택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같은 해 9월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EU 집행위는 올해 2월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원자력과 가스에 대한 투자가 녹색 투자로 인정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친환경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는 게 환경단체 측의 입장이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그린피스의 EU 지속가능금융 활동가 아리아드나 로드리고는 “녹색투자라면서 원자력·가스 발전에 돈을 쓰는 일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별도로, 환경법 관련 단체 ‘클라이언트 어스’와 세계자연기금(WWF) 등 4개 단체도 가스만 문제 삼는 소송을 이날 제기했다. 메탄을 배출하는 화석연료인 가스를 ‘지속가능한 연료’로 보는 건 탄소 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하는 EU 기후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EU의 결정으로 가스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도 비판했다.

당초 2020년 6월 발표된 EU 택소노미 초안에선 원자력과 가스가 배제됐다. 그러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과도기적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논리, 원전 의존도에 따라 제각각인 각국 이해관계 등이 맞물리면서 원자력·가스를 포함한 최종안이 통과됐고,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가디언은 이번 제소 결과가 2025년에야 나올 전망이라고 전했다. 원자력의 녹색에너지 분류에 반대하던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도 지난해 자체적으로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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