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당한 강아지를 구조하려다 차량과 충돌해 전치 24주 상해를 당했더라도 의상자(義傷者)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행법상 강아지는 구조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지난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상자불인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의상자는 직무 외 구조행위를 하다가 부상을 입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상자로 인정한 사람을 뜻한다. 의상자가 되면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A씨는 2021년 2월 19일 오후 8시 20분쯤 경기 양평군의 한 도로를 지나가던 중 차도를 배회하는 강아지가 치일까봐 차량을 인근 도로변에 정차해뒀다. 그러나 A씨의 노력이 무색하게 B씨가 몰던 차량이 곧장 강아지를 쳤다. B씨는 사체 수습을 위해 A씨와 함께 강아지가 놓인 차도로 이동했다.
두 사람이 차도로 이동한 직후 더 큰 사고가 벌어졌다. C씨가 몰던 차량이 시속 92km로 도로에 서 있던 A씨와 B씨를 들이받은 것이다. 이 사고로 B씨는 사망했고, A씨는 왼쪽 다리가 절단되는 전치 24주 상해를 당했다.
A씨는 2021년 8월 양평군에 의상자 인정 신청을 넣었다. 하지만 심사위원회는 "위해의 급박성과 구조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사고 당시는 야간인 데다 차량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수신호로 교통상황을 정리했다"며 "그래도 차량들이 몰려와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죽은) 강아지를 구조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조행위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 행위를 뜻하는데, 강아지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강아지가 반려견이라 다른 사람의 재물을 구조할 의도가 있었다"는 A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을 뿐더러 설령 반려견이 맞더라도 강아지가 즉사한 뒤에 추돌사고가 벌어져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강아지 사체를 수습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아지 사체가 도로 위에 놓여있다는 것만으로는 운전자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급박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