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이 계속 밀려 들어와 숨쉬기조차 힘들어요.”
17일 오전 8시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고촌역 승강장. 김포공항역 인근 병원에서 근무하는 물리치료사 최모(30)씨가 출근길에 매일 겪는 고충이다. 실제 이곳을 거쳐 김포공항역으로 향하는 객차 한 칸(총 2량)엔 이미 200명 가까이 들어찼는데, 이 역에서 또 수십 명이 몸을 밀어 넣고 있었다. 언제 압사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아찔한 상황이 반복됐다. 안전도우미들이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어 보였다. 안전도우미 김모(75)씨는 “위에서 내려온 지침이나 기준이 없어 승객들의 탑승을 무작정 막을 수 없다”고 곤혹스러워했다.
김포골드라인 이용객들의 호흡곤란 사고가 잇따르자 당국은 전세버스 투입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사고 가능성에는 사실상 무방비다. 출ㆍ퇴근길 갑자기 발생하는 인파 쏠림 대비를 위해 필수적인 ‘혼잡도 측정’부터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18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보면, 서울 주요 지하철 운영사들은 열차 혼잡도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고 있었다. 경의중앙선과 수인분당선 노선을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교통카드 이용량과 노선별 열차운행자료(공급량)를 통해 혼잡도를 산출한다. 그러나 데이터 결과를 토대로 산출하는 사후 방식이라 사고 예방에는 별 효과가 없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도 2ㆍ3ㆍ5호선의 경우 통신사 이용객 및 열차 무게 측정 장비로 실시간 혼잡도를 확인하지만, 나머지 5개 노선은 직원이 ‘목측(目測)’으로 계산한다. 엘리베이터와 탑승구로 나오는 승객을 일일이 센다는 뜻이다. 당연히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포골드라인 운영사 김포골드라인운영주식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10대, 30대 여성이 각각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진 11일에도 해당 노선은 혼잡도를 측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한 기준이 없으니 갑자기 인파가 몰렸을 때 대처할 매뉴얼도 존재하지 않는다. 유사시를 대비한 안전 장치가 전무한 셈이다.
운영사들은 현실적 이유를 든다. 코레일 관계자는 “시간대별 이용객이 늘 일정 수준을 유지해 돌발 사고 가능성은 낮다”고 해명했다. 교통공사 관계자도 “노선별 상황이 제각각이라 표준화된 매뉴얼 마련이 쉽지 않다”며 “출ㆍ퇴근 시간대 인력을 투입해 인파를 적절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파 관리를 자신하는 운영사들과 달리 정부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을 개정해 혼잡도 계산 방식을 구체화하고 분류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혼잡도에 따라 △보통 △주의 △혼잡 △심각 단계로 분류한 뒤 심각 수준에 도달하면 ‘철도비상사태’로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문제는 개정안의 알맹이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고, 운영사들과 협의도 해야 해 실제 적용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린다는 점이다. 유 의원은 “교통공사가 도입한 열차 하중 감지 센서를 활용해 일종의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등 실시간 혼잡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자업체가 운영하는 열차에도 같은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