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제품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비해 보통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교체 주기도 상대적으로 길고 제품별로 사양이나 무게, 가격 외에 큰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노트북 시장에 오랜만에 화제를 불러 모은 제품이 나왔다. 바로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북3 프로'다.
이 제품은 제품의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추면서도 경쟁사 제품 대비 50만 원 이상 저렴해 네티즌 사이에서 '노태북', '갓태북'으로 불렸다.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 사업부장(사장)의 이름을 딴 것으로 노 사장이 칼을 갈고 만든 제품이라는 것이다. 전작 대비 판매량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11일부터 열흘 동안 삼성전자로부터 갤럭시북3 프로 16인치 제품을 빌려 써봤더니 노태북이란 이름을 붙일 만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단한 겉모습. 전작 갤럭시북2 프로에선 플라스틱 재질을 썼지만 이번엔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외부 충격에 더 강하고 휘어지는 현상도 크게 좋아졌다. 반면 두께는 11.3mm에 불과해 가방에 책과 함께 담아도 부담이 없었다.
화질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기자가 평소 쓰는 갤럭시북 프로 1세대 제품과 비교해 보니 확실히 달랐다. 전작까지만 해도 풀HD(1920x1080)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를 넣어서 글자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새 제품은 갤럭시 스마트폰처럼 '다이내믹 AMOLED 2X' 디스플레이를 도입했으며 3K 해상도(2880 x1800)를 지원해 화면이 훨씬 선명하다.
풍부한 음질도 확인했다. 갤럭시북3 프로는 전작보다 2개 많은 4개의 스피커가 들어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의 오디오 전문 브랜드 AKG의 음향 기술도 더해지면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볼 때 몰입감도 훨씬 높아졌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결성도 돋보였다. 삼성전자는 2021년 노트북에 처음 '갤럭시' 이름을 붙이고 기기끼리 편리하게 넘나드는 경험을 주고 있다. 그중 '삼성 멀티 컨트롤'이 눈에 띄었다. 이는 갤럭시북과 스마트폰이 연결돼 갤럭시북의 키보드와 터치패드, 마우스로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기능이다. 스마트폰에서 갤럭시북으로 옮길 때 복사·붙여넣기만 하면 되고 사진도 마우스로 끌어 옮기면 된다. 취재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기사에 첨부하기 위해 카카오톡 '나와의 대화'에 보내고 이를 다시 노트북에서 다운로드했던 번거로움이 없어졌다.
이동하면서 노트북을 이용해야 하는 기자에게 '인스턴트 핫스팟' 기능도 유용했다. 그동안 와이파이가 없는 곳에서 노트북을 쓰려면 스마트폰을 꺼내 핫스팟을 연결하고 노트북에서 와이파이를 잡아야 했다. 인스턴트 핫스팟 기능이 추가되면서 갤럭시북에서 클릭 한 번으로 내 스마트폰의 핫스팟을 원격으로 켤 수 있다.
휴대성은 다소 아쉬웠다. 갤럭시북3 프로 16인치의 경우 무게가 1.56kg에 달한다. 14인치는 1.17kg이다. 경쟁 제품 LG그램의 경우 14인치 제품은 999g, 17인치 모델도 1.35kg 수준이다. 다만 맥북 프로 M2맥스 16인치(2.16kg) 보다는 가볍다. 또 알루미늄 소재를 쓰다 보니 지문이나 얼룩이 남았다.
그럼에도 훌륭한 '가성비' 제품이란 생각은 변치 않았다. 갤럭시북3 프로 16인치(NT960XFT-A51A)의 출고가는 188만 원으로, 인터넷에선 160만 원대에도 살 수 있다. 이 정도의 성능을 구현하는 경쟁사 제품은 20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