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위군 공군 일병이 유출한 미국 국방부 기밀 문건이 처음 확산된 네트워크 운영자가 우크라이나 출신 전직 미 해군 부사관으로 밝혀졌다. ‘돈바스의 아가씨’라는 뜻의 친러시아 성향 ‘돈바스 데부쉬카’ 텔레그램 계정에 지난 5일(현지시간) 4건의 기밀 문건이 올라왔고 순식간에 퍼져 나갔는데 이 계정 운영자가 미 해군 중사로 전역한 사라 빌스(37)였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미 해군 항공전자기술책임자인 1등 중사로 복무하다 지난해 11월 전역한 빌스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빌스는 팟캐스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운영, 상품 판매 및 모금을 하는 돈바스 데부쉬카의 운영자 중 1명이라고 시인했다. 돈바스 데부쉬카는 영어권 최대 친러 성향 SNS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지난 13일 체포된 잭 테세이라 일병은 지난해 12월부터 온라인 게임 전문 비공개 대화방 ‘디스코드’에서 기밀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다만 해당 정보가 대화방을 넘어 유포되진 않았고, 다른 디스코드 대화방에 문건이 옮겨진 뒤에도 광범위하게 확산되진 않았다. 하지만 돈바스 데부쉬카에 문건이 올라온 뒤 러시아 SNS로 퍼져 나갔고, 미 국방부도 유출 사실을 확인해 조사에 나섰다.
빌스는 WSJ 인터뷰에서 자신은 돈바스 데부쉬카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전 세계 관리자 15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운영자가 올린 비밀 문건 사진을 자신이 삭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역 전까지 미 워싱턴주(州) 위드비섬 해군항공기지에서 근무했던 빌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점령지 루한스크 출신이다. 그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한다.
2012년부터 트위터를 운영해 온 돈바스 데부쉬카에는 러시아군과 민간 용병기업인 바그너 그룹을 찬양하는 방송과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돈바스 데부쉬카 텔레그램 계정은 스스로를 ‘러시아 식 정보전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WSJ는 빌스가 해군에 복무하던 기간 유출된 문건을 직접 빼냈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빌스는 “1급 기밀 문건 유출의 심각성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유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빌스는 또 돈바스 데부쉬카를 통해 모금한 돈을 러시아군에 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 공화당은 테세이라 일병이 너무 많은 정보 접근 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비판하면서 하원 청문회 개최도 예고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테세이라 정도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그렇게 많은 접근권을 가졌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은 기밀 정보 접근 권한을 확대했다. 기밀 정보를 보다 광범위하게 공유해 전체적인 그림을 맞추겠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잇따른 정보 유출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