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디지털 뱅크런 대비해 은행담보 수준 적절한지 확인해야"

입력
2023.04.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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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특파원단 간담회
"결제 양 맞춰 담보 자산 늘릴 필요 있어
한국 기준금리 인상, 물가 경로 판단 중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현지시간) “지금 디지털 뱅킹 속도로 볼 때 (은행) 담보 수준이 적절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확인된 초고속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에 대비하자는 차원이다. 또 SVB 사태 이후 물가 안정과 함께 금융 안정을 고려하자는 공감대가 주요 국가에 형성됐다고 전했다.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춘계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 총재는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SVB 같은 사태가 우리나라에 일어난다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훨씬 안전하다”면서도 “만일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디지털뱅킹으로 (예금 인출)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한국은행 결제망에 들어오는 기관은 지급보증을 위한 담보 자산이 있는데, 결제하는 양이 확 늘면 거기에 맞춰 담보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뱅크런 등에 대비해 지급보증을 위한 은행 담보자산을 높이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 총재는 “높여야 하는지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전장치에 관한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독 체제를 만들었는데 디지털뱅킹으로 인해 그 유효성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며 “사람들이 돈을 빨리 옮기려고 휴대폰으로 (디지털뱅킹을) 하는데 못 돌려주고 기다리면 그사이 불안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제도를 바꿔야 하는지 (미국 회의 기간에)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기준금리, 미국·유럽 정리되면 1, 2회 인상 소지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이 총재는 “물가 경로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금융통화위원 대부분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고 물가 경로를 보고 판단한 다음에 움직이자고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한 번 올리냐, 아니면 내리느냐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은 금융 상황이 확실하게 정리되면 한두 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소지가 큰 것으로 평가한다"는 전망도 곁들였다.

이 총재는 한국 물가에 대해 “유가나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상반기는 3%대로 분명히 떨어질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는 3% 초반이나 그 밑으로 갈 것이라는 게 예상”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부동산 문제에는 “올해 초부터 부동산 가격 하락 속도가 둔화해 작년 말보다는 걱정이 조금 덜한 편”이라며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고 경착륙이 안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시장 안정성 문제에 대해 이 총재는 “SVB 사태가 예시로 작용해 물가 안정과 함께 금융 안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주요 국가에) 많이 형성된 것 같다”면서도 “미국도 SVB 사태에 따른 상황이 많이 개선됐지만 사태가 완전히 종결됐다고 보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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