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해 폭발물을 던진 기무라 류지(24)는 효고현 가와니시에서 부모와 함께 산다. 이웃들은 기무라를 "온순한 인상의 청년"으로 기억했다. 한 여성은 "한 달 전에 어머니와 정원을 가꾸는 모습을 보고 효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기무라가 16일까지 묵비권을 행사해 범행 동기 파악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조직적 테러이거나, 배후가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16일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격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2)처럼 단독범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로운 늑대(사회에 대한 개인적 반감 때문에 혼자 범행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 유형의 범죄일 개연성이 크다"고 전했다.
경찰은 16일 기무라의 집에서 압수한 화약으로 추정되는 물질,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분석 중이다. 집에서 화약 추정 물질이 나온 것은 사제 총기를 제작한 야마가미처럼 기무라가 사제 폭발물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범행 동기는 여전히 미궁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해 9월 자민당이 주도한 가와니시 시의회가 개최한 시정 보고회에 기무라가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관계자는 “시정 보고회에 20대가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기무라가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고회가 끝난 뒤 기무라는 시의원에게 “시의원의 보수는 괜찮냐”고 묻는 등 의정 활동에 대해 열정적으로 질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고회 참석과 이번 범행을 연결하는 것은 무리다. 기무라의 정치 성향도 알려지지 않았다.
기무라는 학교나 직장에 다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가족은 경찰에 “(기무라가) 일정한 직업 없이 수년간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생활을 계속했다.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는 모르겠다“는 취지고 말했다고 NHK는 전했다. 그러나 이웃 여성은 “길에서 마주칠 때 인사하면 반갑게 대답해 줬다”고 했고, 이웃 남성은 “어머니와 사이가 좋아 보였다. 기타를 치며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가끔씩 집 밖으로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부모, 형, 여동생으로 구성된 기무라의 가족은 지금 사는 2층 단독주택으로 이사해 함께 지냈다. 아버지는 경찰이 밤에 출동해야 할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자녀들을 꾸중하곤 했는데, 5, 6년 전부터는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고 이웃들은 증언했다.
기무라는 초등학교 졸업 문집에 장래희망을 ‘파티시에(케이크, 쿠키를 만드는 사람) 또는 발명가'라고 썼다. “먹는 사람이 남에게 알려주기 싫을 정도로 맛있는 과자를 많이 만들고 싶다”며 초콜릿 과자 레시피를 소개하는가 하면, 독거노인을 위해 요리·빨래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적었다. 초·중학교 동창생들은 기무라에 대해 “초등학교 때는 밝은 성격이었는데 중학교에 진학한 뒤 갑자기 아무와 말을 섞지 않았다”, “조용한 성격이어서 중학생 때 교실에서 혼자 책을 읽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