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최대 69시간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노동 과외교사'로 알려진 정승국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가 근로시간 유연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연차의 자유로운 사용 제한 등으로 휴식 없는 장시간 근로가 발생할 우려가 큰 만큼 후진적인 기업 문화 개선, 근로시간·연장근로의 상한 등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노동개혁안을 연구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 참여했던 정 교수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제도 개혁안의 진실, 논란, 대안' 토론회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근로시간 평균화 제도'의 일종이며, 유럽의 대다수 국가가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제도는 일정한 정산기간, 근로시간의 상·하한을 두고 수요의 변동에 따라 근로시간을 불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으로, 유럽에서는 1980년대에 이 타협을 이룬 반면 우리는 68시간제가 폐지된 2018년까지 불완전한 형식으로 이뤄져왔다"면서 "(이를 통해) △업무량 증가에 대한 유연한 대응 △워라밸(일·생활 균형) 요구 확대에 따른 다양한 시간 선택권 보장이 가능해지는 만큼 하루빨리 타협의 내용과 형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노동자들의 불안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노동자들이 예측 가능한 워라밸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근로시간 개편안이) 이걸 흔든다고 보기 때문에 많은 근로자들이 당황하고 반박하는 것이며 단순 오해로 볼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개편안 추진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유연화를 한다고 해도) 근로시간을 예측 가능하도록 보완책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법정근로나 연장근로 시간이 국제 기준에 비해 많은 게 사실인 만큼 이를 조정하거나 △유연화를 실시하는 사업장·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경사노위를 통한 대타협 등도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선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노동개혁은 예민하고 폭발력 있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모습을 지켜보면 (개편안을 두고 비판이 나오자) 이 산을 올라갔다, 저 산을 올라갔다 하는 식의 행태를 보이면서 정치적 손실만 낳았다"면서 "정부는 입법이 필요한 장기 목표와 그렇지 않은 단기 목표를 나눠서 국민들을 설득·소통하는 정책 마케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충분한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서 보완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지영 고용노동부 임금시간근로과장은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면 집중근로 후 쉬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 노사 합의 과정에서 근로자가 대등하게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우려 등이 많았다"면서 "불안과 불신을 헤아리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여러 대안을 듣고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