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계속되는 압박에 결국 서비스를 끝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이 완전히 불법 행위에서 손을 뗐다고 보지 않는다. 이미 엄청난 규모의 콘텐츠를 확보했고 월 1,000만 명의 접속자를 감당한 인프라가 있는 만큼 상황이 잠잠해지면 언제든 다시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게다가 이미 제2의 누누티비도 암암리에 서비스 중이라 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 불법 콘텐츠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누누티비는 13일 밤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14일 0시 기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누누티비 측은 걷잡을 수 없는 트래픽 요금 문제와 사이트 전방위 압박 등으로 결국 서비스를 마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누누티비 등에 대응하기 위해 OTT 업체와 방송사가 공동으로 띄운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에 따르면 2월 기준 누누티비가 올린 동영상 조회수는 15억3,800회, 이에 따른 피해 규모는 4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OTT 콘텐츠를 미끼로 이용자를 불러 모은 뒤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노출해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용자가 갑자기 몰리자 수익보다 그에 따른 서버 운영비가 커지면서 운영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박완주 의원(무소속)실은 누누티비가 본격적으로 활약한 2021년 10월 이후 이들이 불법 도박 광고로 얻은 이익이 최소 33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에 반해 국내 OTT인 웨이브, 티빙, 왓챠는 지난 2년 동안 4,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봤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수사도 이들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찰청은 2018년 국내 최대 웹툰 불법유통 해외사이트 '밤토끼' 운영자 및 관련자들을 체포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술적으로 콘텐츠 불법 유출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누누티비 등 불법 사이트와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누누티비는 닫았지만 'OO무비', 'OOTV'와 같은 사이트도 버젓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누누티비가 그동안 끈질기게 단속을 피해가면서 사이트를 운영한 것을 떠올리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해서 관심 밖으로 사라지게 하려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조용해지면 이름만 바꿔서 다시 서비스하거나 다른 불법 사이트에 영상을 공급하는 식으로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운영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콘텐츠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정부가 마약, 음란물, 도박, 테러 등 유해 사이트처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도 외부 신고 없이 자체적으로 단속과 함께 접속을 차단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OTT 업체 등 콘텐츠 권리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신고하면 방심위가 심의 과정을 거쳐 해당 인터넷주소(URL) 차단에 나선다. 이 과정에만 최소 1주일이 걸리는데 누누티비 같은 불법 사이트들은 URL 주소에 숫자만 바꿔 서비스를 이어나갔다.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 관계자는 "불법 사이트들은 콘텐츠를 미끼로 도박, 음란 사이트로 유인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저작권 침해 사이트로 봐선 안 된다"며 "학생들도 불법 도박 사이트에 노출될 수 있으니 정부가 직접 차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콘텐츠 이용자들이 저작권을 대하는 인식도 바뀌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누누티비 서비스 종료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누누티비를 종료하면 이제 어디서 보냐"라는 반응부터 "누누티비 대체 사이트 목록" 같은 글이 퍼졌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음악 파일을 웹하드나 소리바다에서 다운로드 받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소리바다가 법적으로 패소하는 과정을 지내며 지금은 누구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불법 서비스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단속과 함께 저작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캠페인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