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직원은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비유했다. 예상치 못했던 잇따른 대량 해고에 주변엔 우왕좌왕하는 동료들만 보였다고 떠올리면서다. 지난해 11월 퇴사한 전직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 직원이 불과 6개월 전 사무실에서 접했던 내부 상황이다. 전직 직원이 밝힌 메타의 내부 분위기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적나라하게 소개됐다. NYT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선망받는 기업 가운데 한곳이었던 메타가 이젠 위태로운 미래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메타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주력 사업으로 내세운 3차원 가상세계(메타버스)는 고전 중인 데다, 지난해 말부터 착수한 대규모 인력 감축의 끝도 불투명하다.
NYT는 이날 보도에서 “일부 직원은 바빠 보이려 하고, 일부는 그들의 일에 더 집착하고 있다”며 “이는 동료들과의 협업이 원활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는 메타 사무실에 자리한 경직된 형태의 보여주기식 근무 환경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드러냈다. 신문은 이어 “목이 베이는 듯하다”고 사무실 내 분위기를 묘사한 또 다른 직원의 귀띔도 곁들였다. 아울러 “(서로에게) 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보너스 삭감 등에 불만을 토로하는 일부 직원의 비관적인 현실도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메타 내부에선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한 메타는 지난해 11월 1만2,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지난달엔 9,000명의 추가 인력 감축까지 예고했다.
주 원인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주도로 추진 중인 3차원 가상세계(메타버스) 사업 부진에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는 올해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사명까지 바꿔 가면서 집중했던 메타버스 부문의 지난 한 해 총 누적 손실은 역대 최대인 137억2,000만 달러(약 16조8,600억 원). 메타의 가상현실(VR) 세계 ‘호라이즌 월드’의 월간 이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 30만 명을 밑돌았다. 목표치인 50만 명에 비하면 기대 이하다.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로 열렸던 ‘IFA 2022’ 행사에서 “향후 10년 내 이용자가 10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던 저커버그 CEO의 예측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영화나 게임 외 미미한 콘텐츠, 비싸고 불편한 VR 헤드셋 등이 걸림돌이었다. 지난달 발표된 메타의 추가 구조조정 대상에 메타버스 부문의 엔지니어들까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배경이다. 메타버스 사업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보이지만 저커버그 CEO의 집념은 여전하다. 최근 메타버스 사업을 재평가, 속속 사업 축소 방침을 천명한 월트디즈니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는 사뭇 다르다.
회사 경영진의 이중적인 행보도 직원들에겐 불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재택근무를 허용한 기업(실리콘벨리에서 첫 사례)으로 알려진 메타는 최근 실적 부진과 맞물려 사무실 출근 장려 쪽으로 선회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14일 추가 감원 계획을 전하면서 “직원 성과 데이터 분석 결과, (사무실에서) 대면 작업을 하는 엔지니어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직원들은 “매주 화상회의를 하는 경영진이 직원들에겐 출근을 강조하고 있어 이들의 부재가 느껴진다”고 부정적인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수뇌부는 사무실을 떠나 자유롭게 업무를 보면서 직원들에게만 사무실 근무를 강요하는 건 부당하단 시각이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아내의 셋째 출산 후 육아 휴가에 들어갔고, 제품 관리 담담 임원 나오미 글레이트 부사장은 최근 뉴욕으로 이동했다. 가이 로젠 최고 정보 보안 책임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사무소로 발령 났고, 하비에르 올리반 메타 최고운영책임자는 유럽과 실리콘밸리를 오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다 할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 경우 메타의 메타버스에서 수익성 창출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며 “저커버그 CEO가 뒤늦게 생성형 인공지능(AI)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현재 메타의 상황을 감안할 때 당분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