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시진핑, 군사적으로 통하나...프랑스 군함, 중국 쪽으로 대만해협 통과

입력
2023.04.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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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호위함, 대만해협 서쪽 해역 통과
"프랑스와 중국 군사적 교류 명확한 신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한 직후 프랑스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과 과정에서 중국군의 감시나 추적이 없었던 것은 프랑스와 중국이 밀착하는 징후라는 해석이 나왔다.

13일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해군의 2,000톤급 호위함 프레리알함은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을 떠난 지 이틀 만인 이달 9일 대만해협 중간선의 서쪽 해역에 진입해 10일 정오쯤 해협을 벗어났다.

프랑스 해군, 대만 해협의 중국 측 해역으로 통과

대만해협 중간선은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군사 경계선이다. 미국과 영국 군함들은 중국군 경계를 위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 때 중간선 동쪽, 즉 대만 쪽 해역을 통과한다. 프레리알함은 대만이 아닌 중국 쪽 해역을 통해 대만 해협을 항해한 것으로 대만은 보고 있다.

대만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프랑스 군함이 대만해협을 지날 때 미국, 영국 군함과 달리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가동하지 않았으며 중국군의 감시와 추적도 없었다"면서 "중국의 사전 승인을 받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만의 전직 외교관은 마크롱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공동성명에 "프랑스 해군과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 간 소통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점을 언급하며 "군사 교류의 매우 명확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프랑스와 중국의 신뢰가 실제로 탄탄해졌다는 것이다.

친중 비판받는 마크롱 "대만 '현상 유지' 바란다" 진화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 방문 기간 중국에 경도된 듯한 발언을 해 서방 국가들의 눈총을 받았다. 7일 "유럽은 미국의 추종자가 돼서는 안 된다. 유럽인들이 유럽의 통합을 걱정하는 것처럼 중국인들도 그들의 통합을 걱정한다. 대만도 중국 입장에서는 통합의 요소"라고 말해 중국의 대만 통일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연대에 균열이 나기를 원하는 중국의 이해에 부합하는 발언이며, 대만 독립을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단결된 대응을 해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비판을 샀다. 더구나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에 머물 당시 중국군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에 보복하는 군사 훈련을 대만 주변에서 하고 있었다.

유럽연합(EU)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EU의 공식 의견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마크롱이 그(시 주석)의 엉덩이에 키스하는 것으로 중국 방문을 끝냈다"고 비꼬았다.

네덜란드를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는 대만의 현상 유지를 선호하며 대만 문제에 대한 프랑스와 유럽의 입장은 같다"고 진화에 나섰다. 단, '추종자'라는 표현에 대해선 "(미국과의) 동맹이 꼭 속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미국을 의식해 중국과의 관계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소신으로 해석됐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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