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을 2주 앞둔 고등학교 2학년 권모(17)양은 오늘도 편의점에 들러 에너지드링크를 샀습니다. 권양은 "학원 수업에 시험공부까지 하다 보면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어야 해 커피맛 우유나 에너지드링크가 필수"라고 말합니다.
비단 권양만이 아닙니다. 누구나 한번쯤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느라 밤을 새워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책상에 놓인 에너지드링크 한 캔 또는 커피 한 잔과 말이죠.
곧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가 시작됩니다. 아마 많은 학생들이 시험준비에 돌입했을 텐데요.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며 다량의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에 대한 경각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1일부터 청소년의 고카페인 음료 과다섭취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 695개 편의점 음료 진열대에 '섭취 주의' 문구를 표시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고카페인 음료의 수요가 증가하는 시험기간을 고려해 4~6월, 9~11월 총 6개월 동안 문구를 표시하고, 수면장애, 가슴 두근거림 등 카페인 과다섭취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안내하는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카페인 음료는 100mL당 카페인 15㎎ 이상을 함유한 음료를 말합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커피, 에너지드링크가 고카페인 음료에 속해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커피의 1회 제공량당 평균 카페인 함량은 132㎎(400mL 기준)이고, 에너지드링크로 불리는 음료는 80.2㎎(250mL 기준)입니다. 100mL로 환산해보면 커피는 평균 33㎎, 에너지드링크는 32.08㎎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카페인을 섭취하는 건 성인이나 청소년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청소년만 유독 더 주의를 해야 하냐고요?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카페인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흔히 불면증, 두통, 혈압 상승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과다한 카페인 섭취가 성장 발육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 부작용도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청소년은 카페인 하루 최대 섭취 권장량이 성인의 절반도 안되는데, 이를 모르는 청소년들이 카페인을 과다 섭취해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어요. 성인은 하루 최대 권고량이 400㎎ 이하인데, 청소년 및 어린이는 체중 1㎏당 2.5㎎ 이하를 최대 섭취 권장량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50㎏의 청소년의 경우 하루 125㎎, 60㎏일 경우 하루 최대 150㎎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에너지드링크 두 캔만 마셔도 하루 최대 섭취 권장량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에너지드링크는 한 캔(250~355mL)에 60~100㎎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습니다. 몬스터에너지(355mL)는 카페인 함유량이 100㎎, 핫식스(250mL)는 60㎎, 레드불(250mL)은 62.8㎎입니다. 하루 권장량을 넘지 않으려면 몬스터에너지는 최대 한 캔 반, 핫식스와 레드불은 두 캔까지만 마셔야 해요.
그러나 한 캔이 두 캔이 되고, 두 캔이 세 캔 되기 쉽습니다. 시험 기간엔 하루 여러 캔의 고카페인 음료를 복용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이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 3회 이상 에너지드링크를 섭취한다고 밝힌 비율이 2015년 3.3%에서 2016년 3.9%, 2018년 8%, 2019년 12.2%로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에너지드링크와 커피 등을 포함한 고카페인 음료 섭취 현황을 조사했더니 주 3회 이상 섭취율이 22.3%나 됐습니다.
2020년 식품안전정보원이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하는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가 하루 동안 고카페인 음료 3병 이상 섭취한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루 최대 섭취 권장량을 훌쩍 뛰어넘는 양인데요. 시험을 앞두고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단시간 많은 양의 카페인 음료를 복용하는 거겠죠.
하지만 공부에 집중하고 잠을 쫓기 위해 마신 고카페인 음료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피로 개선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에 게재된 청소년의 고카페인 섭취 빈도에 따른 정신건강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신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스트레스를 느끼는 비율이 높고, 잠을 자는 것만으로 피로 개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고카페인 음료 섭취빈도가 높을수록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슬픔과 절망감도 더욱 자주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시험기간 각성효과를 위해 집중적으로 마신 카페인이 평상시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어요. 카페인을 복용할 때 각성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카페인이 수면을 유도하는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해 에너지를 향상하고 졸음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카페인이 체내에 장기간 누적될 경우 아데노신 활동이 방해를 받아 불면증으로 이어지고, 만성피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고카페인 음료를 단시간에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고, 성장기이기 때문에 고카페인 섭취에 더욱 주의가 요구됩니다. 하루 최대 섭취 권장량을 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중독성이 있으니 너무 자주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