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주베이스볼파크 제2구장에서 야간 경기로 열린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덕수고와 나주광남고의 32강전에선 나주광남고 우익수가 3번이나 교체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나주광남고는 덕수고를 상대로 6회초까지 팽팽한 0의 균형을 이뤄 이변을 일으킬 기세였다.
하지만 6회말 덕수고의 공격 1사 1루의 상황에서 나온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성 타구가 조명에 들어가며 상황이 급변했다. 우익수는 즉시 교체됐다.
그리고 6회와 7회 우익수 쪽에서 같은 플레이가 연달아 다시 나왔다. 그때마다 광남고 우익수는 교체됐고 결국 한 경기에 우익수만 4명이 바뀌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하지만 승부의 추는 이미 덕수고 쪽으로 기울어 7-0, 7회 콜드게임으로 끝나 버렸다.
이번 신세계 이마트배 대회는 개막 전부터 16강전까지 총 77경기가 경주베이스볼파크에서 진행됐다. 그중 제2구장에서 열린 야간 경기는 모두 7경기. 제2구장은 1구장과 달리 야구장 전용 라이트시설도 아니며 조명탑의 높이도 적당하지 않았다.
야간 경기 종료 후 기자가 우익수 위치에 서 봤다. 날아오는 공을 따라가기는커녕 정면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에 부담을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의 시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불빛을 정면으로 받는 각도였다.
경주베이스볼파크 1구장의 전광판도 수년 전부터 구설에 오르고 있다. 크기 때문이다. 간이 전광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 구장의 전광판 크기도 아니다. 수십억 원을 들여 조성한 야구장의 시설물로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이 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려면 시력 1.5 이상이거나 망원경 지참을 권고할 정도다. 글자가 작아 제대로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관중을 위한 전광판인지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을 위한 전광판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2018년 11월 개장한 경북 청도베이스볼파크의 열악한 환경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2월 이곳에서는 2주간 전국 25개 고교 야구팀이 모여 청도 윈터리그가 펼쳐졌다. 선수단, 학부모, 스카우트, 심판진, 관중까지 매 경기 2,000여 명이 청도를 방문해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구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종대(71)씨는 "소멸도시 톱 10에 들어가는 청도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셔서 감사했다. 야구 덕에 작년 대비 2월 매상이 5배 정도 올랐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와 같은 지역 상인들 반응과는 달리 윈터리그에 참가한 다수의 감독과 야구인들은 청도를 다시 찾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중석과 더그아웃이 그라운드 안에 위치해 야구장의 상식을 파괴한 기형적인 모습인 탓이다.
수도권 팀의 모 감독은 "정규 규격의 야구장이라는 개념은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역 야구인을 위해 지어진 경기장이라고는 하지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전국의 25개 고교팀이 경기를 치를 컨디션은 더욱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북 군위군에 있는 삼국유사 야구장은 2017년 1구장을 개장하고 올해 1월 제2구장과 실내연습장을 차렸다. 인천 동산고와 서울 동산고 야구부가 지난 2월 한 달여간 전지 훈련지를 차린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의 내야 그물 높이는 10m로 인근 대구 고교팀 구장의 내야 그물 높이(30m)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1구장의 경우 그라운드와 주차장과의 거리가 불과 10m밖에 되지 않아 타구가 수시로 넘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로 실제 취재 도중에도 타구가 수시로 넘어왔다.
이와 관련해 군위군이 내놓은 대책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경기 중 자동차는 주차 금지, 사람은 보행 금지’란다.
경주야구협회 김대근(48) 전문이사는 "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이와 비슷한 시설 문제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스포츠 시설 건립 시에는 시측에서도 면밀히 진행을 하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하며 경기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이사는 “경주 2구장의 조명 문제는 당초 30m 높이로 설계된 조명탑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25m로 변경 발주된 것으로 안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돼 쾌적하고 안전한 시설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