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0시, 독일의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완전히 중단된다. 지난해 말 전원을 꺼야 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공급 위기가 닥치며 가동을 임시 연장한 이자르2, 네카베스트하임2, 엠스란트 등 3개 원전이 대상이다. 더 이상 새 원전도 짓지 않는다. '탈원전 시대'의 시작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정치권은 진작 합의를 이뤘으나, '디데이(D-day)'가 다가오니 우려와 반론이 분출하고 있다. 독일 언론 타게스샤우 등을 토대로 쟁점을 정리했다.
'독일이 진짜 탈원전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지난해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직권으로 원전 3곳 가동을 연장한 바 있기 때문에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 부족 등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시간을 두고 중단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연립정부를 함께 운영 중인 자유민주당은 "최소한 예비 가동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탈원전 의지는 단호해 보인다. 녹색당 소속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라고 못 박았다. "(경제성이 낮아) 원전 사업자도 새 원전 건설에 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되지 않았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원전 3개의 에너지 공급량은 독일 전체 에너지의 6% 정도다. 페터 아드리안 독일 산업상공회의소 소장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했지만 기업들이 감당하는 에너지 비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독일은 에너지 공급 안정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독일 언론 라이니셰포스트에 말했다. 원전이 꺼지면 석탄발전소 가동이 늘어나 탈탄소에 역행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짓고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에너지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하베크 부총리)이라고 못 박았다.
원전을 중단하고 나면 사용후핵연료를 최종 처분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필요하지만 부지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1970년대 북부 고르레벤을 부지로 선정했다가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뒤 답보 상태다. 방사성 함유량이 낮은 옷, 장갑 등을 처리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2027년 중부 콘라드 광산 부지에 완공된다.
원전 부지를 재활용할 방안도 수립되지 않았다. 발전소 건물 해체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만 십수 년이 소요되는 만큼 장기 과제가 될 전망이다.
독일이 환경 선진국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경제성장과 편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그럼에도 원전 중단에 대한 여론의 반대가 상당하다. 11일 독일 언론 빌트가 공개한 여론조사기관 인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원전 가동 중단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 비율은 3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