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 갇힌 '숲의 사람' 오랑우탄 마음을 들어 볼래

입력
2023.04.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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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장편동화 '숲의 사람, 몽이'

동물원은 언제나 어린이들에게 인기 소풍지다. 책, 영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동물을 실제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인간에게 터전을 뺏기고 강제로 이주당한 동물들의 처지도 아이들이 한 번쯤 생각해보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닐지, 어른으로서 고민이 남는다.

장편동화 '숲의 사람, 몽이'는 여덟 살 암컷 오랑우탄인 '몽이'가 자유롭게 살던 숲을 강제로 떠나 이종장기이식 영장류 실험동물이 된 사연을 그렸다. 한국안데르센상으로 등단한 정순영 작가가 말레이제도 보르네오섬에 살면서 야생 원숭이를 잠시 키워본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해 현실감 있다. 동화는 인간의 필요와 요구로 동물을 이용하는 게 당연한가를 너무 어렵지 않게 질문한다. 제목은 '오랑우탄'이 말레이어로 '사람(오랑)'과 '숲(우탄)'에서 유래된 점에 착안했다.

보르네오섬의 한 숲에서 엄마와 함께 살던 몽이는 다섯 살 때 한 원주민 소년에게 포획당한다. 가정집에서 반려동물로 1년 남짓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한국의 한 실험실에 온다. 인간의 말을 대체로 이해할 수 있는 그는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항상 "우린 숲의 사람, 강하고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말했다. 오래전엔 '사람'도 우리 친척이었다고. 하지만 실험실 케이지에 갇혀 지내면서 '사람'은 자신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결국 탈출을 계획한다.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지만 탈출을 계획하는 과정이 박진감 넘쳐 마음을 졸이며 읽게 된다. 몽이의 내면을 표현한 대목들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된다. 불편한 진실일 수 있지만, 동물을 소중한 생명체로서 다시 보게 하는 발판이 되는 동화다.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