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배승아(9)양 등 어린이 4명을 치어 숨지게 한 가해자가 운전 직전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만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처벌이 '평균 4년'"이라며 법원이 좀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일 방송사들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음주운전 가해자 A(66)씨가 8일 낮 2시쯤 대전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후 차에 올라타기까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씨는 식당 문을 열고 나오더니 이리저리 비틀거리다 몸을 가누기 힘들자 옆에 있던 난간을 잡고 기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곧바로 바로 앞 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차로 향했다. A씨가 탄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더니 위태롭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20분 뒤, 대전 탄방중 근처에서 좌회전을 한 후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반대 차선을 가로질러 인도에 있던 어린이 4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배승아양이 숨지고 다른 1명은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다른 2명도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공무원인 A씨는 이날 낮 한 식당에서 지인 8명과 소주 13병을 나눠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 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구속된 A씨는 대전 둔산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이 '과속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요, 안 치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서 이 사고를 다뤘다. 그는 "피해자 잘못이 하나도 없는 음주 사망사고의 처벌 결과를 올려주시는 분들이 여러 분들이 계시다"며 "제가 볼 때 (사망 사고 가해자 처벌은 징역) 평균 4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5년 전 '윤창호법'으로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것이다. 이 법은 2018년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던 윤창호씨가 부산의 한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중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사고를 당해 사망한 후 생긴 것이다.
당시(2015∼17년) 음주운전 사망 사고 피고인의 평균 형량은 징역 1년 6개월밖에 안 될 정도로 처벌이 약했고, 윤씨의 친구들이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해 이른바 '윤창호법'이 만들어졌다. 이에 당초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었던 처벌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됐다.
그러나 한 변호사는 "최근에 저한테 올라온 사건들이 (음주 사망 사고 가해자 처벌이) 평균 4년이다. 형사 합의가 안 됐고, 용서가 안 됐는데도 징역 4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더 이상 음주운전에 희생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법원에서 판사들이 '내 딸이라면, 내 딸이 이렇게 억울하게 떠나갔다면'이라고 생각해 주면 안 되겠느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