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너나 할 것 없이 공격적으로 징집에 나서고 있다. 양국 모두 '봄철 대공세'를 노리는 만큼 그에 앞서 최대한 많은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러시아는 군 소집 통지서 온라인 발송을 허용했고, 우크라이나는 길거리에서도 징병이 가능하도록 당국 권한을 강화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 두마는 이날 18~27세 의무 징집 대상자와 예비군 등에 온라인으로 소집 통지서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징병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 포털 사이트 '고수슬루기'에서 개인 계정으로 징집 통지서를 보내고, 전송 즉시 입대 명령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게 법안 골자다.
온라인 통지서를 받으면 20일 이내에 입영사무소에 출석해야 한다. 출국은 자동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운전면허증이 취소되고, 부동산을 사고팔거나 대출 등을 받을 수도 없게 된다. 고수슬로기 계정을 삭제할 경우 징집 기피 행위로 여겨 체포되거나 처벌을 받는다.
이번 법률 개정은 병역 회피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러시아는 그동안 징병 대상자에게 직접 인편으로 징집을 통지해 왔다. 이 때문에 수많은 러시아 남성이 주민등록상 거주지에서 멀리 이사하거나 주소지를 허위 기재하는 방식으로 징병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상원 의결을 거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 즉시 발효된다. WP는 "이미 러시아를 탈출한 국외의 병역기피자 수천 명에도 개정법이 적용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징집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군 소집 통지서를 대상자 주소지가 아닌 곳으로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관련 규정을 이날 승인했다. 러시아처럼 기존에는 등록 주소지로만 입대 영장을 보냈는데, 앞으로는 언제 어디에서든 징집이 가능해지게 된 셈이다. WP는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남성을 멈춰 세운 뒤 징병 안내서를 나눠줄 수도 있게 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선포한 계엄령을 통해 18~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하고 있다. 18세 미만 자녀 3명 이상, 장애 가족 부양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남성이 징집 대상이다.
전쟁 장기화로 두 나라는 더 많은 병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징집 확대는 인명 피해만 끝도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다. 최근 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선 최대 13만1,000명의 군인이 숨지거나 다쳤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개한 사상자 규모의 5배 이상인데,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부풀려진 수치'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