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8일, 9세 승아는 그냥 인도를 걷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인도로 돌진하는 음주상태의 차량에 사고를 당한다. 사고 직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1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이러한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우리 사회에서 생각보다 많이, 자주 일어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2년에는 2만9,093건으로 거의 3만 건에 육박하였다. 2021년에는 1만4,894건으로 10년 만에 거의 절반으로 감소하였다. 다행히 교통사고 발생률도 감소하고 있고, 음주운전 사고도 감소하고 있다. 과거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었던 것과 달리 2021년 사망자 수는 206명으로 집계 이래로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와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체 교통사고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수치이기도 하며, 2021년 발생한 살인사건이 270건임을 고려하면 절대 국가가 간과할 수 없는 수치임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많은 관계성이 얽혀있는 살인사건과 달리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9세 승아의 죽음처럼,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아무런 이유 없이 찰나에 파괴시킨다. 때문에 사람들은 음주운전자에 의한 사고에 강력한 처벌을, 더 나아가 음주운전 자체를 살인 미수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형사처벌만으로는 음주운전을 근절시키지도, 이들의 재범을 막지도 못한다. 우리의 도로교통법은 운전자에게 더 많은 의무를 부여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개선되어 왔다. 2018년 부산 해운대구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사망한 윤창호씨는 윤창호법을 낳았고, 2019년 충남 아산 스쿨존 횡단보도 사고로 인한 김민식군의 죽음은 민식이법을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가수 신혜성도, 배우 김새론도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냈다. 며칠 전에는 대전에서 만취한 퇴직 공무원이 스쿨존에서 승아를 사망케 하였다.
형사처벌이 강화되었지만 음주운전은 계속 발생한다. 그것은 살인범죄를 강하게 처벌하더라도 살인범죄는 발생하고,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 정책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도 여전히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를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어찌 보면 이는 매우 당연하다. 술에 취하지 않은 일반 범죄자도 범죄행위 시 형량을 계산하지는 못하는데, 잔뜩 취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는 순간 늘어난 형량을 계산할 리는 없다. 음주운전은 습관이기 때문에, 습관을 고치든지 습관의 발현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무단횡단을 줄이기 위해서 처벌을 높이는 것보다 차로에 중앙분리대와 보행울타리를 설치한 도로환경개선사업이 더 즉각적인 인간 행동의 변화를 낳듯이, 위반자에게 가해지는 형사정책과 처벌의 무게감만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운전자에 대한 처벌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내용 역시도 적절한지 살펴야 한다.
현재 형사정책 속의 음주운전자는 교도소에서의 생활로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하며, 피해자 가족은 평생 망가진 삶을 견디며 지내야 한다. 음주운전자가 받는 처벌은 평생을 피해자의 삶의 재건을 위해 보상과 책임의 무게감이 담겨야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절대로 부족하다. 음주운전이라는 습관 앞에 처벌은 계속 무기력해왔다. 오히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의 승률이 높을 것이다. 시동이 안 걸리는 차량으로 음주운전을 할 수는 없다. 음주시동 잠금장치 탑재 의무화가 급선무이다. 또한 음주운전 경력자에 대한 면허증 갱신과 발급, 차량 구입 및 렌트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등의 음주운전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불승인적 경직성도 필요하다.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도 재판 전에 '준비물: 몸뚱이와 술'이라는 생일파티 초대장을 보내는 김새론의 행동을 보듯이 유무죄를 다툴 여지가 없는 명백한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서는 재판 전 보호관찰 등의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 음주운전은 위험하다. 처벌수위에 대한 의존적 논란에서 벗어나 무엇이 진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제도인지 합리적으로 고민하고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